쿠팡의 책임
파이낸셜뉴스
2026.05.04 18:37
수정 : 2026.05.04 18:37기사원문
그동안 외국인 총수 역차별 논란에도 쿠팡의 손을 들어주던 공정위가 왜 지금 시점에 판단을 바꿨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쿠팡 내부의 거버넌스 구조와 책임경영에 대한 안팎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쿠팡은 그간 김 의장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과 친족의 경영 비참여를 근거로 동일인 지정을 피해왔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판단 근거는 명확했다. 바로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의 실질적 경영 참여다. 쿠팡은 김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직원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사실상 한국법인의 핵심사업을 총괄하면서 고액 보수를 받는 등 경영상의 영향력이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실질적 지배관계를 간과하지 않았다.
쿠팡은 미국 상장기업이다. 이에 국내법보다는 미국 상장규제에 더 민감할 수도 있다. 투자자를 우선시한 행동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가 국내에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기업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보다 규제회피를 우선시하는 모습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공정위의 결정에 쿠팡은 행정소송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김 의장의 실질적 지배력이 입증된 상황에서 이어지는 법적 공방은 자칫 기업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쿠팡은 그동안 상황에 따라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의 정체성을 선택적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금 쿠팡에 필요한 것은 날 선 소송전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거버넌스의 쇄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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