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벨트냐, 경제 쇄신이냐… 경기 ‘미래 비전’ 놓고 격돌

파이낸셜뉴스       2026.05.06 18:16   수정 : 2026.05.06 18:15기사원문
6·3 지선 앞둔 경기지역 현안은
추미애 남부 반도체 벨트 완성
시·군 ‘원팀’ 이뤄 추진력 강화
양향자 연봉 1억 청년 일자리 창출
기술전문가 내세워 중도층 공략
개혁 조응천·진보당 홍성규까지
대권주자 발돋움할 ‘정치요충지’
1400만 표심잡기 사활 건 총력전

【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잠재적 대권 주자로 갈 수 있는 기회이자 대한민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수장을 뽑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그리고 제3지대인 개혁신당이 가세한 '3자 구도'로 대진표가 완성됐다. 특히 거대 양당 후보 모두가 여성으로 확정되면서, 결과에 따라 선거 역사상 첫 여성 광역단체장 탄생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2022년 제8회 선거까지, 기초단체장(구청장·시장·군수)이나 지방의회에서는 꾸준히 여성 진출이 늘어났지만, 당선된 여성 광역단체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6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추미애 후보와 국민의힘 양향자 후보, 개혁신당 조응천 후보가 각각 본선 후보로 확정돼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각 후보는 '거물급 정치인', '산업 전문가', '행정 쇄신론자'라는 각기 다른 정체성을 내세워 1400만 도민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거물급 존재감' 민주당 추미애

민주당 추미애 후보는 일찌감치 경선을 마무리하고 후보로 확정되며 가장 먼저 활동에 나섰다. 추 후보는 대규모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동시에 도내 60개 지역위원장과 정책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당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추 후보의 핵심 전략은 '압도적인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경기남부 반도체 벨트의 완성'이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산업의 승부는 속도"라고 정의하며, 수원·용인·화성·성남·안성·평택·오산·이천을 잇는 이른바 '수·용·성·평·오·이' 반도체 벨트를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축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또 인공지능(AI) 기반 산업 강화와 더불어, 소외된 경기북부 지역을 위해 '미래형 민군 겸용 방위산업 특화 클러스터' 조성을 약속했다. 도지사 직속 'AI 수석' 신설 등 파격적인 조직 개편안을 내놓으며 '일하는 도지사'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추 후보는 "경기도 31개 시·군 후보가 동반 당선돼 지방정부의 성과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맏형'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고졸 신화' 국민의힘 양향자

국민의힘은 우여곡절 끝에 삼성전자 임원 출신의 양향자 최고위원을 전략적으로 내세웠다. 양 후보는 '정치 선거'를 '경제 선거'로 바꾸겠다는 슬로건 아래, 이념 과잉의 정치를 끝내고 미래 첨단산업의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양 후보의 최대 강점은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과학기술·산업 전문가'라는 점이다. 그는 "1400만 도민의 소득을 키우고 1억 고연봉 청년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양당의 극단적 지지층이 아닌 '합리적 도민'을 타깃으로 해 외연 확장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양 후보가 민주당 출신이면서도 보수 정당의 가치를 수용한 인물이라는 점이 중도층 흡수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과거를 묻는 선거가 아닌 미래를 논하는 선거를 만들겠다"며 추 후보와의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개혁신당 조응천, 진보당 홍성규 가세

개혁신당 조응천 후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를 비판하며 '제3의 대안'임을 자처하고 있다. 조 후보는 이재명·김동연 지사로 이어진 민주당의 경기도정 8년을 향해 "인구와 예산은 늘었지만 도민의 삶은 제자리걸음"이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조 후보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재선 의원을 지낸 경험을 토대로 '행정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경기도에는 거대 담론을 논하는 정치가 아니라 도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행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주요 공약으로는 촘촘한 교통망 확충과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소수 정당에서는 진보당 홍성규 후보가 '쓰레기 도지사'라는 독특한 슬로건을 내걸고 환경과 노동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다회용기 정책 의무화와 '경기도형 순환경제 모델' 구축, '경기공공은행' 설립 등을 공약하며 노동계와 청년층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31개 시·군 성적표에도 영향

경기도지사 선거의 승패는 단순히 도지사 한 명을 뽑는 것을 넘어, 도내 31개 시·군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와 직결되는 '동반 상승 효과'의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추 후보는 본인의 당선을 넘어 '도지사-기초단체장-지방의원'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지방정부 장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현재 민주당 우세 지역인 경기 서북부와 전통적인 강세 지역을 수성하면서, 남부 반도체 벨트까지 석권해 20개 이상의 시·군에서 승리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31개 시·군 후보가 동반 당선돼야 도정 추진력이 지역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도지사의 강력한 추진력이 각 시장·군수의 공약 이행을 보증하는 형태의 '패키지 선거'를 치르고 있다.

이어 양 후보는 남부권 '반도체 벨트'를 장악해 전체 31개 시·군 중 과반인 16곳 이상에서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22곳에서 승리했다.
마지막으로 조 후보는 전 지역 석권보다는 전략적 거점 지역에서 승리해 양당 독점 구조를 깨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대선 전초전 성격이 강해 각 당이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며 "추미애 후보의 조직력과 양향자 후보의 전문성, 조응천 후보의 쇄신론이 어떻게 충돌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유권자들의 선택과, 거대 양당 사이에서 개혁신당이 얼마나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할지가 이번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jj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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