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남미 5개국과 EPA 협상 추진..'3억 인구 시장' 정조준
파이낸셜뉴스
2026.05.10 10:36
수정 : 2026.05.10 10:36기사원문
에너지 조달선 다변화 목적도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정부가 올해 여름까지 남미 5개국과의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 개시를 추진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가 10일 보도했다. 약 3억 명 인구를 보유한 지역으로 자유무역권을 확대해 일본 경제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원유와 핵심 광물 조달처를 늘려 중동과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日·메르코수르 이달 말 협의체 개최..EPA 협상 개시 기반 마련
이달 중순에는 메르코수르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의 마우루 비에이라 외무장관 방일도 조율 중이다.
일본 정부는 두 차례 대화를 통해 EPA 협상 개시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28일 총리관저에서 외무성 간부들로부터 메르코수르 관련 보고를 받았다. EPA 협상이 시작되면 다카이치 내각 들어 첫 대형 자유무역 협상이 된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볼리비아 등 5개국으로 구성돼있다. 베네수엘라는 인권 침해 문제로 지난 2016년부터 회원 자격이 정지된 상태다.
이들 5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총 3조1600억달러(약 4631조원)에 달한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의 약 4분의 3 규모다. 일본과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약 2조4000억엔(약 22조4498억원)으로 미국이나 아세안 교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쳐 성장 여력이 크다는 평가다.
일본은 특히 남미로부터의 에너지 조달 확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계기로 중동 의존의 위험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중동 정세 긴장 이전까지 일본은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했다.
브라질은 세계 9위 산유국으로 해양 유전 개발을 통해 증산을 추진중이다. 올해 3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430만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원 자격이 정지된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확인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월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구속되면서 메르코수르 복귀 분위기도 커지고 있다.
■리튬·희토류 등 핵심 광물 확보 기대
핵심 광물 확보 측면에서도 장점이 크다. 아르헨티나는 전기차(EV) 배터리에 필수적인 리튬 생산국이다. 브라질은 희토류 매장량 세계 2위다.
그동안 일본 경제계는 자동차·기계 등 공산품 관세 인하를 기대하며 메르코수르와의 조기 EPA 체결을 요구해왔다.
여기에는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유럽연합(EU)과 메르코수르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은 지난 1일 잠정 발효됐다. 만일 내연기관 자동차를 메르코수르 국가에 수출할 경우 일본 기업은 관세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최대 쟁점은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
EPA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 문제라고 닛케이는 말했다. 자민당 농림 담당 의원들은 지난해 말 관계 부처 간부들과 협상을 논의하며 "쇠고기 수입은 확실히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미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의 쇠고기 생산량은 지난해 1261만t으로 세계 1위였던 미국을 추월했다. 반면 일본 생산량은 지난 2024년 기준 35만t에 불과하다. 브라질산 쇠고기가 대량 유입되면 가격 하락으로 일본 축산 농가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자민당 농림 담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협상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 한 농림 담당 의원은 "에너지와 핵심 광물 조달을 고려하면 정면 반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권 핵심 관계자도 "당 입장을 배려하되 마지막에는 국가 외교 차원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협상 추진 의지를 보였다.
일본은 지금까지 구제역 등 가축 질병 우려를 이유로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을 사실상 제한해왔다. 남미산 쇠고기는 지방이 적은 적색육 중심이어서 마블링이 특징인 일본 와규와는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메르코수르와의 EPA는 오래 전부터 논의됐지만 농업 분야 반발로 실현되지 못했다. 남미 국가들 역시 새로운 원유·농산물 수출 시장을 확보하면 주요 교역 상대국인 중국 의존 위험을 줄이는 게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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