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밖 기어 나오던 '사다코'의 아버지…소설 '링' 작가 스즈키 고지 별세
파이낸셜뉴스
2026.05.11 10:19
수정 : 2026.05.11 15:04기사원문
전 세계 공포 문학·영화 흐름 바꿔
향년 68세로 도쿄 병원서 별세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적으로 'J-호러(일본 공포 영화)' 열풍을 일으킨 소설 '링'의 저자 스즈키 고지 작가가 향년 6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957년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난 고인은 게이오대 불문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소설 '낙원'으로 등단했다. 그의 이름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린 작품은 이듬해 발표한 장편 소설 '링'이었다.
'저주받은 비디오테이프를 본 사람은 7일 뒤 죽는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설정은 도시 괴담과 현대 기술을 결합한 독창적인 공포를 선사했다. 특히 1998년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연출한 영화 '링'에서 긴 머리의 원혼 '사다코'가 TV 화면 밖으로 기어 나오는 장면은 전 세계 공포 영화사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남았다.
그의 작품은 일본 내 공포 소설 붐을 넘어 국제적인 현상으로 번졌다. '링'은 한국(1999년)과 미국 할리우드(2002년, '더 링')에서 잇따라 리메이크되며 아시아 공포물이 서구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고인은 단순히 공포에만 천착하지 않았다. '나선', '루프'로 이어지는 링 시리즈를 통해 바이러스와 가상현실 등 과학적 소재를 접목하며 장르의 지평을 넓혔다. 1995년 '나선'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받았으며, 2013년에는 소설 '엣지'로 미국의 권위 있는 장르 문학상인 '셜리 잭슨상'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그는 생전 '문단 최강의 육아 아빠'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했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아내를 대신해 매일 두 딸을 어린이집에 등·하원 시키고 가사와 육아를 전담했던 경험을 에세이로 펴내며 다정하고 가정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고인은 지난해 3월, 약 16년 만의 신작 호러 소설인 '유비쿼터스'를 출간하며 식지 않는 창작 의지를 과시했다. 해당 작품은 최근 한국어로도 번역 출판됐다.
스즈키 고지의 별세 소식에 일본 문단과 영화계는 "현대 공포의 문법을 새로 쓴 거장을 잃었다"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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