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6급, 5급 빨리 단다…6·7급도 전문가 공무원으로
파이낸셜뉴스
2026.05.11 14:06
수정 : 2026.05.11 14:11기사원문
인사처, 공무원임용령 등 개정안 입법예고
5급 조기승진제·부전문관 제도 신설
부처 교류 땐 승진연수 최대 1년 단축
[파이낸셜뉴스] 성과가 뛰어난 6급 공무원이 5급 사무관으로 빠르게 승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역량 있는 '실무자'들을 빠르게 '관리자급'인 5급 공무원으로 승진시키기 위한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것이다.
정부가 연차와 직급 중심으로 굳어 있던 공무원 인사 체계를 성과와 전문성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무원임용령', '개방형 직위 및 공모 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 '전문직공무원 인사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청와대가 지난 4월 29일 밝힌 공직사회 역량 강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당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공직사회 활력 제고 태스크포스(TF)' 운영 성과를 설명하며 5급 승진 패스트트랙 도입과 전문가 공무원 양성 방침을 밝혔다. 조성주 인사수석은 "기존 5급 공채와 패스트트랙 승진자, 민간 경력자 5급 채용 등 세 가지 트랙의 분들이 정부 부처 내에서 경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제도 취지"라고 설명했다.
우선 올해부터 '5급 조기승진제'가 도입된다. 업무 성과가 뛰어난 6급 공무원은 성과심사, 역량평가, 면접 등을 거쳐 5급으로 특별승진할 수 있다. 인사처가 제도 운영 전반을 맡고, 각 부처가 추천한 우수 6급 공무원을 심사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6급 공무원이 일정 기간 근무한 뒤 승진 심사를 거쳐 5급으로 올라가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앞으로는 연차가 다소 짧더라도 성과와 역량이 뚜렷하면 더 빨리 관리직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제도 운영은 인사처가 총괄한다. 각 부처가 우수한 6급 공무원을 추천하면 인사처가 성과와 역량 등을 심사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승진 적체로 인한 실무 공무원의 사기 저하를 줄이고, 능력 있는 공무원이 관리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공직 내부 경쟁을 통해 적임자를 뽑는 공모 직위 대상도 확대된다. 현재 공모 직위는 주로 5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운영돼 왔다. 앞으로는 6급 실무급까지 공모 직위를 넓히고, 새로 지정되는 실무급 공모 직위에는 6급뿐 아니라 7급 공무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전문가 공무원 양성 체계도 넓어진다. 전문직공무원 제도는 국제통상, 노동감독, 금융감독, 기상예보처럼 높은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필요한 분야에서 공무원이 순환보직 없이 장기간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통상적인 공무원 인사는 여러 부서를 옮겨 다니며 경험을 쌓는 방식이지만, 전문직공무원은 한 분야에 오래 머물며 전문성을 축적하도록 설계됐다.
현재 전문직공무원 제도는 국제통상(산업통상부), 재난관리·법의(행정안전부), 북한정보분석(통일부), 노동분쟁 예방·조정(고용노동부), 금융업 감독(금융위원회), 환경보건·대기환경(기후에너지환경부), 인재채용(인사혁신처), 식품안전(식품의약품안전처), 기상예보(기상청), 방위사업관리(방위사업청), 어업관리(해양수산부) 등 11개 부처·기관 12개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이 제도는 주로 3~5급 공무원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정부는 앞으로 이를 6·7급 실무 계급까지 넓히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새로 도입되는 제도가 '부전문관'이다. 6·7급 공무원이 같은 분야에서 3년 이상 실무 경험을 쌓은 뒤 선발시험을 통과하면 전문가 트랙에 들어갈 수 있다. 선발된 공무원은 해당 분야에서 장기 근무하며 전문성을 키우게 된다.
정부가 부전문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전문성이 필요한 행정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AI, 국제통상, 노동감독, 특별사법경찰 등은 법령과 현장 경험, 기술 이해가 함께 필요한 분야다. 잦은 순환보직으로 담당자가 바뀌면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현장 대응력도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인사처는 오는 2028년까지 전문가 공무원을 1200명 이상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문역량을 높이기 위한 별도 인사관리 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단순히 특정 분야에 오래 근무하도록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평가·보직 관리를 함께 설계하겠다는 취지다.
부처 간 인적 교류도 강화된다. 여러 부처가 함께 대응해야 하는 정책 현안이 늘어나는 만큼 핵심 교류 직위를 지정하고, 해당 직위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에게는 승진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교류 경력의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을 최대 1년 범위에서 승진 소요 최저 연수에서 줄여주는 방식이다.
인사처는 개방형 직위 운영 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민간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와 직위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김성훈 인사처 차장은 "성과와 능력을 갖춘 공무원에 대한 우대를 강화해 공직 역량을 제고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직사회가 미래를 선도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인사 혁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