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과 규제의 역설
파이낸셜뉴스
2026.05.11 18:15
수정 : 2026.05.11 18:15기사원문
약자보호 위한 선의의 정책이
서민에게 피해 입히는 결과로
시장의 유인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 일변도 정책은 역풍불어
'9일 이후' 시장 불확실성 증가
집값 안정만이 목표일 순 없어
주변 시세보다 20% 이상 높은 월세는 법정 상한선에 맞춰 강제로 낮추도록 하는 임대료 강제 인하도 포함되었다.
베를린 임대 시장에서는 임대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고, 그 결과 신규 임대주택 공급량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베를린 인근 포츠담 등의 월세가 10% 이상 폭등하는 풍선효과도 생겼다. 법정 상한액만 적은 계약서와 위헌 판결 시 차액을 지불한다는 별도 합의가 포함된 이중계약이 만연해져 세입자의 불안이 더 커졌다. 2021년 4월 독일 헌법재판소는 이 법을 "무효"라고 결정했다. 임대료 규제 입법은 주정부가 아닌 연방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는 내용이었다. 여파는 컸다. 법이 처음부터 효력이 없었던 것이 되어 세입자들은 그동안의 월세 차액을 한꺼번에 소급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되었다. 서민 주거권 보호라는 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에게 타격을 가한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역대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이다. 부동산 투기 방지, 집값 안정, 서민의 주거권 보호라는 정책 목표는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정부마다 공통적일 것이다. 문제는 규제 중심의 정책을 강력하게 펴면 펼수록 부동산 가격 안정, 서민 보호라는 목표와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26차례의 대책을 발표하며 강력한 규제정책을 시행했다. 조정대상지역 확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임대차 3법 등을 도입했으나 서울 등 수도권 집값 폭등, 전월세 대란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대출규제, 규제지역 확대, 실거주 의무 강화 등 초강력 수요 억제책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출범 직후인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 대출은 전면 금지했다.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규제조치도 취했다.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자특별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한마디로 금융·세제·지역 지정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한 고강도 규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간 부동산 시장의 관심은 '5월 9일'에 모여 있었다. 정부는 9일자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한다는 예고를 통해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압박해왔다. 시한이 종료되면서 이제 관심은 향후 시장의 움직임으로 향하고 있다. 관측은 엇갈린다. 정부는 서울 강남3구와 용산 등지에서 매물이 늘고 집값이 하락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는다. 반면 매물잠김과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강남3구 등을 제외한 다른 서울 지역의 집값이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전월세 씨가 마르고, 임대료 폭등 결과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력한 대출규제, 세금 중과 등의 조치를 보면 당장 집값 폭등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집값 안정만이 부동산 정책의 성공 가늠자일까.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을 쉽게 만드는 정책, 전월세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정책, 월세 등 서민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정책, 서울 아닌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책도 중요하다. 5월 9일 후 역동적인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역사적 사례를 통해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그 종류가 무엇이든 성공한 적이 없다는 통찰만은 새겼으면 한다. 규제의 역설이 특히 민감하게 작동하는 분야가 부동산 정책이라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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