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몰래 주식"…빚투 앞에서 갈라진 부부

파이낸셜뉴스       2026.05.12 18:05   수정 : 2026.05.12 18:04기사원문
"불장에 나만 뒤처질 수 없어"
아내 몰래 '주식 투자' 나선 남편, 결국 마이너스
늘어나는 '빚투'…가족 갈등 우려도



가장 가까운 사이여서 더 쉽게 다투고, 또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생활비, 육아, 집안일, 부모 부양처럼 매일의 일상이 가족 안에서 갈등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이웃의 집 안에서 벌어지는 작고도 오래된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그 돈 생활비 통장에 있던 거 아니야?" , "금방 오를 줄 알았어. 며칠만 넣어두려고 했지."

30대 직장인 A씨 부부는 최근 주식 계좌를 두고 크게 다퉜다. 남편이 생활비 통장에 남겨둔 돈 일부를 증권 계좌로 옮긴 데다, 신용융자까지 써 주식을 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다. 남편은 "지금 장에서 안 들어가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았다"고 했고, 아내는 "투자를 반대한 게 아니라 왜 빚까지 냈는지 말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증시가 오를 때 투자 이야기는 집 안에서도 쉽게 나온다. 하지만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순간 얘기는 달라진다. 수익이 나면 개인의 판단처럼 보이지만, 손실이 나면 생활비와 대출 상환, 자녀 교육비까지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비 통장 옆에 생긴 신용융자


A씨 남편은 처음에는 여윳돈으로만 투자했다고 했다. 주가가 더 오르자 "이번엔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증권사 신용융자로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방식이다.

아내가 알게 된 건 주가가 흔들린 뒤였다. 계좌 평가금액이 줄고, 증권사 알림이 이어지자 남편이 먼저 털어놨다. A씨는 "손실 금액보다 빚을 냈다는 말을 나중에 들은 게 더 화가 났다"며 "생활비 부족하면 줄이자고 했던 사람이 주식 살 돈은 빌렸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편도 억울함을 말했다. 그는 "월급만 모아서는 집값도, 아이 교육비도 따라가기 어렵다고 느꼈다"며 "수익을 내면 가족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는 "도움이 되려면 먼저 상의했어야 한다"고 맞섰다.

35조원 넘은 빚투, 커지는 반대매매 우려


이런 갈등은 최근 증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자금도 빠르게 늘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27조3000억원에서 올해 4월 말 35조7000억원으로 8조4000억원 증가했다.

신용융자가 늘면 주가가 오를 때 수익률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도 빠르게 커진다. 담보로 잡힌 주식 가치가 일정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증권사가 투자자 동의 없이 주식을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나올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중동전쟁 여파로 국내 증시가 하락했던 지난 3월 5일 반대매매 금액은 108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일평균 48억원의 22배 수준이다.



집 대출도 있는데 주식 빚까지


가족 안에서 빚투가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이미 갚아야 할 빚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자동차 할부, 카드값이 있는 집에서는 투자 손실이 단순히 계좌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부채는 9534만원이었다. 전년보다 4.4% 늘었다. 2024년 가구 평균 처분가능소득은 6032만원이었다. 소득과 부채를 함께 안고 사는 가구에서 신용융자까지 더해지면, 투자 판단은 부부 공동의 생활비 문제로 번질 수 있다.

A씨 부부도 대출 상환일이 다가오자 갈등이 커졌다. 남편은 "아직 확정 손실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아내는 "대출 이자는 확정 지출"이라고 했다. 주식은 기다리면 회복될 수 있다는 말과, 다음 달 빠져나갈 돈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부딪힌 것이다.

투자는 개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결혼한 부부에게는 개인의 문제가 되기 어렵다. 한쪽이 빌린 돈으로 투자해 손실이 나면 다른 한쪽의 소비와 저축 계획도 바뀐다. 아이 학원비를 줄일지, 여행을 미룰지, 생활비 통장에 얼마를 다시 채울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수익보다 먼저 말해야 할 것


A씨 부부는 결국 신용융자부터 줄이기로 했다. 남편은 보유 종목 일부를 정리했고, 추가 신용거래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아내는 "주식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빚을 내기 전에 말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남편도 "수익이 나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전에 신뢰가 깨졌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빚투가 늘어나는 장에서는 수익률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얼마까지 잃어도 생활비가 흔들리지 않는지, 대출 상환과 카드값을 감당할 수 있는지, 배우자에게 말하지 않은 돈이 있는지다. 주가가 오르는 동안에는 잘 보이지 않던 질문들이 주가가 흔들리는 순간 집 안의 싸움으로 돌아온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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