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N% 성과급' 고수하는 노조… 재계 "보상 인플레 우려"
파이낸셜뉴스
2026.05.12 18:28
수정 : 2026.05.12 19:42기사원문
카카오·삼성바이오·LG유플 등
영업익 연동 성과급 요구 잇따라
대·中企간 성과급 양극화 심화
임금체계 변화로 인재 쏠림 확대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지급 모델'이란 경직적 모델이 한국 산업계의 성과급 지급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점)로 자리 잡게 될 경우 기업 투자 등 경영 유연성 훼손은 물론이고 업황 악화 시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과급 사실상 고정비로
회사 측은 현행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에 특별보상 구조를 결합하는 형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환경이 악화할 경우 기존 OPI 체계를 유지하고, 올해처럼 실적이 급증하는 경우에는 별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메모리 사업부는 경쟁사보다 동등 수준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는 체계라 실제 지급되는 규모도 상대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은 방식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15% 고정 성과 인센티브 지급 제도화'는 사실상 성과급을 고정비에 준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이 명문화된 사례는 글로벌 테크기업 중에서도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특히 반도체 산업이 업황을 타는 사이클 산업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 특성상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 변동성이 큰 만큼 성과급을 일정 비율로 고정할 경우 향후 업황 악화 시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고정비 부담이 큰 구조"라며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로 고정하면 불황기에는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부 갈등·중소기업 경쟁력 우려도
산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에서 이 같은 방식이 제도화될 경우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보상 인플레이션'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체계가 사실상 국내 대기업 보상구조의 기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의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최근 주요 기업 노사협상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카카오는 영업이익의 10%,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 LG유플러스는 최대 30%, 현대차는 순이익 30% 등 이익을 직접적으로 분배하자는 요구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창출되면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지급 모델이 완제품(DX) 부문 내 반발 및 기피 현상을 부추길 수 있는 점도 문제다.
DX 부문 조합원들은 세트 사업부 직원들도 일정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전사 공통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공식 협상 테이블에서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을 이끌고 있는 초기업노조 내부에서 DX 부문 직원들의 탈퇴가 이어지고, DX 부문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동행노조가 최근 공동투쟁본부를 탈퇴한 것도 이 같은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영업이익 연동형 모델의 제도화가 대기업과 협력사 간 보상격차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 중심의 고성과급 체계가 고착화될 경우 인재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상대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협력사와 중소기업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임금체계 변화가 산업 생태계 전체의 인력구조를 흔들 수 있다"며 "단순히 삼성전자 내부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김준혁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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