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자 신상공개 전부터 "그놈 얼굴"... 법적절차 무시한 '온라인 사적제재' 논란

파이낸셜뉴스       2026.05.13 18:18   수정 : 2026.05.13 18:18기사원문
피의자 외모 품평 등 가볍게 소비
피해자·유족에는 '2차가해' 우려

흉악범죄 피의자에 대한 공식 신상공개가 이뤄지기도 전에 온라인에서 피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신상정보가 확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법적 절차를 벗어난 사적제재 논란에 더해 피의자의 외모를 품평하는 반응까지 이어지면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2차 가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광주경찰청은 오는 14일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장모씨의 이름과 나이, 머그샷 등 신상정보를 공개한다.

경찰은 지난 8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신상정보 공개를 의결했으나, 장씨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공개가 미뤄졌다. 현행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피의자가 신상공개에 서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최소 5일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씨의 공식 신상공개가 유예된 사이 그의 실명과 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온라인상에는 장씨의 이름과 SNS 계정뿐 아니라 학교 졸업사진, SNS 프로필 사진 등으로 추정되는 이미지가 잇따라 올라왔다.

특히 피의자로 추정되는 사진이 확산되면서 SNS 등을 중심으로 "잘생겼다", "얼굴은 잘생겼는데 왜 그런 짓을 했느냐" 등 외모를 평가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지난 3월 약물을 탄 음료를 건네 남성 2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북 모텔 약물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김소영의 신상이 퍼졌을 때와 유사한 양상이다.

문제는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신상 유포가 법적 절차를 벗어난 '사적제재'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피의자 신상공개는 수사기관이 범행의 잔인성, 피해의 중대성, 증거의 충분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심의를 통해 결정한다. 이는 중대 범죄 피의자라 하더라도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인권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공식 신상공개 결정에 앞서 온라인에서 피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반복적으로 유포될 경우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거나 사건과 무관한 제3자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다른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으며 이는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허위 정보가 섞일 경우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고,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국가권력, 특히 법 집행을 담당하는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범죄의 중대성이나 피해자의 고통보다 피의자의 외모가 소비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피의자 외모에 대한 관심이 확산될수록 가해자를 미화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으며, 피해자와 유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의자에 대한 외모 품평은 사건의 무게감을 축소하는 동시에 범죄를 가볍게 소비하는 여론을 만들 수 있다"며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있어야 재발 방지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피의자 신상에 대한 평가보다 이런 부분에 초점이 맞춰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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