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은 우리 몸을 읽는 언어…하루 15분만 햇볕 쬐어도 균형생겨"
파이낸셜뉴스
2026.05.15 04:00
수정 : 2026.05.15 04:00기사원문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호르몬, 세포와 장기 연결하는 신호체계
잘 읽어내면 질병 예측·예방할 수 있어
위고비·마운자로 등이 대표적 치료제
체내 측정기로 개인 상태 실시간 분석
맞춤형 디지털 건강관리 하는 시대 올것
■비만·당뇨 치료에도 호르몬 활용
14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안 교수는 기존 의학이 심장·뇌·간과 같은 장기 단위의 질환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세포와 장기를 연결하는 신호 체계인 호르몬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호르몬의 세계'를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안 교수는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호르몬 간 상호작용이 이제는 알고리즘으로 분석 가능한 시대가 됐다"며 "미래 의학은 호르몬을 중심으로 풀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서도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GLP-1' 계열 치료제인 위고비, 마운자로 등은 호르몬을 직접 활용해 체중과 혈당을 조절하는 대표적 사례다.
안 교수는 이를 한 단계 더 확장한 개념으로 '디지털 위고비, 디지털 마운자로' 시대를 제시한다. 약물 주입을 넘어 개인의 호르몬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식사·운동·수면·스트레스까지 통합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제'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HLB라이프케어 공동대표인 안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웨어러블 패치를 통해 이러한 미래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했다. HLB라이프케어가 최근 출시한 개인용 체내 연속혈당측정기(CGM) '피코링'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안 교수는 피코링 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혈당을 넘어 다양한 호르몬을 측정하고, 이를 AI가 분석해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빠르면 3년, 길게는 10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 교수는 "호르몬은 혈당이나 혈압보다 먼저 변하는 신호"라며 "이를 실시간으로 읽어내면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는 예측(Prediction), 정밀(Precision), 개인맞춤(Personalization), 예방(Prevention), 참여(Participation)로 대표되는 '5P 의료'와도 맞닿아 있다.
■가장 쉬운 건강 습관은 '햇빛샤워'
특히 그는 질병 치료의 핵심을 '생활 습관'에서 찾는다. 유전적 요인이 30%이고, 나머지 70%는 식사·운동·수면 등 후천적 요인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결국 호르몬은 스스로 조절 가능한 영역이며,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건강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인의 만성질환과 정신 건강 문제 역시 호르몬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도파민, 코르티솔, 세로토닌 등 감정과 관련된 호르몬의 불균형은 불면증, 우울증, 대사질환으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이처럼 복잡한 호르몬 균형을 관리하는 데 있어 안 교수가 가장 강조한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건강 습관은 '햇빛 샤워'"라며 "하루 15~20분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비타민D 생성은 물론 세로토닌과 멜라토닌까지 연결돼 수면과 면역,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미래 의학은 더 정교한 기술로 진화하겠지만 그 출발점은 여전히 '몸의 신호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신호의 중심에는 호르몬이 있다. 안 교수는 "내 몸 안에는 수천 명의 의사가 존재하고,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호르몬"이라며 "이를 읽고 관리하는 것이 앞으로의 헬스케어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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