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데 또 정치 얘기야?"…가족 단톡방까지 번진 말다툼
파이낸셜뉴스
2026.05.14 20:30
수정 : 2026.05.14 20:30기사원문
가족 단톡방서 매일 '정치 영상' 공유하는 아버지
세대별 관심사 달라…갈등 요소로 작용하기도
가장 가까운 사이여서 더 쉽게 다투고, 또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생활비, 육아, 집안일, 부모 부양처럼 매일의 일상이 가족 안에서 갈등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이웃의 집 안에서 벌어지는 작고도 오래된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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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그 사람 찍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냐!", "아버지는 왜 제 말은 듣지도 않고 틀렸다고만 하세요."
어머니가 "밥 먹을 때는 정치 얘기 그만하자"고 말렸지만 대화는 쉽게 끊기지 않았다. A씨는 "정치 성향이 다른 건 알지만, 매번 제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처럼 몰리니까 화가 난다"고 했다. 아버지는 "자식이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받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가 틀렸다는 걸 확인하려해" 정치 문제로 싸우는 가족들
정치 문제로 가족이 부딪히는 장면은 식사 자리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A씨 가족 단체 대화방에는 선거 관련 기사와 유튜브 영상이 자주 올라온다. 아버지가 링크를 보내면 동생은 읽지 않고 넘기고, A씨는 며칠씩 알림을 꺼둔다.
A씨는 "처음엔 반박도 했는데 이제는 말을 줄인다"며 "서로 설득하려는 게 아니라 상대가 틀렸다는 걸 확인하려는 대화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가족 모임 날짜를 정하는 대화까지 정치 이야기로 번질 때가 가장 피곤하다고 했다.
아버지 쪽 생각도 단순히 고집으로만 정리되지는 않는다. 그는 "자식 세대가 사는 게 힘든 걸 아니까 더 신경 쓰인다"며 "정치가 결국 집값, 세금, 일자리와 연결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지방선거 앞두고 예민해진 가족 대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가족 사이 대화도 후보와 정당, 지역 현안으로 번지기 쉽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오는 6월 3일 치러진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등을 뽑는 선거인 만큼 생활권과 가까운 이슈가 많다.
재개발, 학교, 교통, 복지 예산처럼 가족 구성원마다 체감하는 문제가 다르다. 부모 세대는 집값과 세금, 자영업 경기를 먼저 말하고, 자녀 세대는 일자리와 주거비, 지역 청년 정책을 꺼낸다. 같은 후보를 두고도 보는 기준이 달라지는 이유다.
사회 전반의 이념 갈등 인식도 높다.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이 심하다고 본 응답은 80.7%였다. 2024년 77.5%보다 높아졌다. 정치 갈등이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가족 안의 대화도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가족이라 더 쉽게 말해…'갈등'은 더 오래 남아
가족 사이 정치 다툼은 다른 갈등보다 감정이 빨리 상한다. 직장이나 모임에서는 말을 아끼지만, 가족에게는 더 거칠게 말하기 쉽기 때문이다. "네가 몰라서 그래", "그런 뉴스만 보니까 그렇지" 같은 말은 정치 의견을 넘어 상대의 판단력까지 건드리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A씨는 최근 아버지와 정치 이야기를 아예 피하기보다 선을 정하기로 했다. 식사 자리에서는 후보 평가를 길게 하지 않고, 단체방에 올라온 영상에는 답을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아버지도 "읽어보라"는 말을 줄이겠다고 했다.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23년 가족실태조사'에서도 가족 안의 대화와 다툼은 함께 나타난다. 부모 입장에서 청소년 자녀와 충분히 대화한다고 답한 비율은 54.2%였지만, 자녀에게 간섭하는 편이라는 응답은 29.2%, 자녀와 자주 다툰다는 응답은 12.6%였다. 대화가 많다고 해서 갈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정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가족끼리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를 가르치려는 말이 반복되면 대화는 쉽게 싸움으로 바뀐다. A씨는 "아버지 생각을 바꾸겠다는 마음은 내려놨다"며 "대신 밥 먹는 자리에서 서로 기분 상하지 않는 정도는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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