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면 끝일 줄"···M508 삭제의 대가

파이낸셜뉴스       2026.05.16 05:00   수정 : 2026.05.16 05:00기사원문
디스크 손상 진단, 진료확인서에서 병명 지워
보험금 청구 불가라는 얘기에 변조 후 재청구
하지만 보험사 직원에 덜미..재판 넘겨져
보험사기 행위 인정...벌금 100만원 선고

[파이낸셜뉴스] 쓱쓱.

A씨 손에는 수정테이프가 들려있었다. 그는 나름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 작은 행위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예상하지 못 했다.

진료확인서에서 M508 지워


A씨가 지운 건 두 가지였다.

'Other cervical disc disorders'와 'M508'. 전자는 기타 경추 추간판 장애, 후자는 그에 해당하는 질병코드였다. S코드는 대개 외부 충격에 따른 손상을, M코드는 퇴행성 질환 등을 의미한다. 가령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후자의 경우 '이미 가지고 있던 질병'이라고 판단돼 보험금 수령이 힘든 경우가 있다.

해당 병명과 코드는 A씨가 한 신경외과에서 받은 진료확인서에 본래 들어있던 내용이었다. 앞서 그대로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을 청구했고, 반려되자 손을 댄 것이다. 보험사 직원은 "M508에 해당하는 병명이 포함돼 있으면 공제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는 단순하게 그 부분만 빠지면 재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그렇게 두 표현을 삭제한 진료확인서를 핸드폰으로 사진 촬영해 보험사 직원에게 전송했다. 청구 금액은 150만원가량이었다. 그 순간 사문서변조 및 변조사문서 행사,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가 발생했다.

"보험사 기망 맞다"


하지만 A씨는 이미 한 차례 관련 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에 이를 이상하게 여긴 보험사 직원은 지급을 다시금 거절했다. 이로써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진료확인서 변조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를 기초로 보험금 지급청구서를 작성하진 않았다며 "보험사기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못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실행의 착수 시기는 행위자가 보험금을 편취할 의사로 보험자(보험사)를 지망하는 행위를 개시하는 때이고, 구체적으로 보험사고를 가장해 보험사에 보험사고 발행을 통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때 기망행위가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어 "보험사 직원으로부터 제외돼야 할 병명코드를 고지 받고 해당 병명이 삭제된 진료확인서를 다시 보완해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A씨가 보험금을 편취하려는 의사에 의한 기망행위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는 게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에겐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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