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6등분까지 해봤어요"…선생은 한조각도 못먹는 '스승의 날 케이크', 쌉쌀한 교실
파이낸셜뉴스
2026.05.15 18:00
수정 : 2026.05.15 18: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스승의날을 앞두고 한 현직 교사가 "매년 저래 왔다"며 지난해 학생들이 준비한 케이크를 한 입도 먹지 못한 채 32등분해 다시 나눠 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린 뒤 씁쓸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사연에는 또다른 현직 교사들이 "나는 36등분해 봤다", "초코파이 케이크도 결국 돌려줬다" 등 비슷한 경험담을 잇달아 올리며 공감했다.
'32등분' 케이크, 요즘 현실
A씨는 "스승의날 교육청 지침이 왜 갑자기 이슈가 된 건지"라며 운을 뗀 뒤 "실은 매년 저래 왔다"고 적었다.
최근 스승의날을 앞두고 경북교육청이 교사 업무 포털에 게시한 '헷갈리는 청탁금지법 완벽 정리'라는 제목의 안내 배너 사진이 확산된 걸 염두에 둔 말로 보인다.
A씨는 "작년 스승의날 우리 반 아이들이 케이크를 준비해서 깜짝 파티를 해 줬다"며 "너무 감동 받고 뭉클했지만, 나는 먹을 수 없었다"며 지난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아이들한테 '고마워 마음만 받을게'하며 32등분해서 나눠줬는데 애들도 역시 '그런 게 어딨어요. 너무 정 없다'라고 했다"고 적었다.
사진에 대한 생각도 덧붙였다.
A씨는 "사진은 진짜 32등분해서 애들한테 나눠준 흔적"이라며 "이게 진짜 요즘 현실이다"라고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 또 다른 교사들이 댓글 형식으로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 교사는 케이크를 촘촘하게 조각 낸 사진을 올리며 "저만 이러는 게 아닌가 보다. 애들은 '왜요? 왜요?'하는데 '선생님은 다른 케이크 많아'라고 했다"고 적었다.
케이크를 대신해 초코파이로 케이크를 만든 사진도 올라왔다. 이 교사는 "사진만 찍고 그대로 나눠준 초코파이케이크"라며 "애들 먹는 인증샷도 찍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2주 병가 후 복귀했을 때 아이들이 케이크 파티를 준비했지만 결국 27등분해서 나눠 먹이고 설거지만 했다", "저도 예전에 36등분했던 기억이 난다. 36등분 정확하게 해서 학생들이 기립박수 쳤다" 등의 경험담도 올라왔다.
김영란법 "케이크도, 카네이션도 금지"
32등분 케이크가 탄생한 배경에는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있다.
지난 12일 스승의날을 앞두고 국민권익위원회가 홈페이지 부패방지자료실에 '스승의 날 청탁금지법 Q&A'로 올린 배너뉴스를 보면 학생을 평가하거나 지도하는 담임교사와 교과교사는 학생·학부모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금액과 상관없이 선물을 받을 수 없다.
학생들이 용돈을 모아 준비한 케이크나 간식도 금품 수수에 해당한다. 카네이션 한 송이도 허용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지 않는 건 학생들이 직접 쓴 손편지나 카드 뿐이다. 카네이션이나 꽃은 학생대표가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것만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경북교육청의 안내문에는 "스승의날 케이크 파티를 해도 케이크는 학생들끼리만 나눠 먹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는 "사소한 간식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국민신문고에 신고당할까 두렵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네티즌들은 "케이크 한 입이 뇌물이라니", "감사의 표현까지 막는 건 너무 각박하다", "선생님 한 입 드시는 모습 자체가 아이들에겐 행복이었을 것" 등의 안타까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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