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해저 케이블 볼모로 잡나?

파이낸셜뉴스       2026.05.18 13:49   수정 : 2026.05.18 13: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시 상황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있는 이란이 이번에는 해저 케이블을 무기화하려 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은 이란 의회가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 지하를 통과하는 해저 인터넷 케이블에 대해 글로벌 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이용료를 징수하는 법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군 대변인 에브라힘 졸파가리는 최근 자신의 엑스(X)를 통해 "우리는 인터넷 케이블에 수수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연계 매체들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이란 법률을 준수해야 하며, 해저케이블 운영사들은 통행 면허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해협 내 케이블의 보수 및 유지 관리 권한도 이란 기업이 독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바닷 속의 해저 케이블은 페르시아만 국가들과 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면서 인터넷과 금융 트래픽 연결에 필수적이다.

일부 빅테크 기업들이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 노선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케이블이 이란 영해를 정확히 통과하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또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이란 제재로 인해 이들 기업이 이란에 대금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어서, 일각에서는 이란의 이번 발표를 단순한 허세나 정치적 압박용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관영 매체들은 대금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케이블이 손상될 수 있다는 암묵적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에너지 수출 통로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전략적 지렛대로 삼겠다는 속셈이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란의 전략에 대해 세계 경제에 막대한 비용을 부과해 이란을 다시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을 노리는 정권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해저케이블 전문 연구기관 '텔레지오그래피'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케이블의 국제 대역폭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물량의 1% 미만이나 이 노선이 차단될 경우 특정 지역이 입을 타격은 치명적이다.

보안 리스크 때문에 대부분의 해저 케이블은 이란 영해를 피해 오만 영해 쪽의 좁은 구역에 깔려있으나 '팰콘'과 '걸프 브릿지 인터내셔널(GBI)' 등 최소 2개의 주요 케이블은 이란 영해를 관통하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잠수부와 소형 잠수함, 수중 드론 등을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 이 인프라를 타격할 역량이 있다고 CNN은 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훕투르 연구소의 모스타파 아메드 수석연구원은 케이블이 파괴될 경우 수 개 대륙에 걸쳐 연쇄적인 디지털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뿐만 아니라 홍해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까지 동시에 해저 케이블 파괴에 나선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4년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아 침몰하던 선박의 닻이 해저를 긁으면서 케이블 3개가 절단, 지역 인터넷 트래픽의 25%가 마비된 전례가 있다.

이란 언론들은 이번 조치가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에 부합하는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해를 통과하는 해저케이블에 대해 연안국이 특정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제79조)을 근거로 든다. 특히 매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해저케이블들로부터 수억 달러의 통행료와 면허 수수료를 챙기는 이집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는 인공적으로 굴착한 내수인 반면, 호르무즈 해협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제 해협이어서 적용되는 법적 프레임워크가 완전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런던 SOAS 대학교의 이리니 파파니콜로풀루 국제법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설치된 기존 케이블에 대해 이란은 설치 당시 맺은 계약을 준수해야만 한다"면서 "다만 향후 새로 깔릴 케이블에 대해서는 연안국으로서 영해 내 통과 조건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텔레지오그래피의 앨런 몰딘 연구 이사는 현재 페르시아만 내에서 활동 가능한 해저케이블 유지보수 선박은 단 1대에 불과해, 이란의 위협이나 작전으로 인해 실제 케이블이 훼손될 경우 복구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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