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되었다
파이낸셜뉴스
2026.05.18 11:40
수정 : 2026.05.18 11: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16년 수원지방법원 소년부 판사로,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원가정법원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며 수많은 소년 사건을 처리했다. 극악한 범행부터 사소한 일탈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은 넓고도 깊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단순히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고 있음을 자주 실감했다.
오늘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년재판의 절차와 소년분류심사원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소년 사건은 네 가지 경로를 통해 법원에 들어온다. 검찰이나 경찰의 송치, 법원의 이송, 그리고 보호자 등의 통고가 그것이다. 이렇게 접수된 사건은 수일 내에 소년부 판사에게 배당되고, 판사는 기록을 검토하며 사건 진행의 방향을 가늠한다.
사안이 극히 경미하거나, 이미 다른 사건으로 충분한 처분이 이루어졌는데 해당 비행이 그 처분 전 비행인 경우, 혹은 소년의 소재 자체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심리불개시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예외에 가깝다. 대부분의 사건은 심리를 통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사안들이며, 이에 따라 '심리개시결정'이 내려진다.
심리개시와 동시에 판사는 소년의 비행 자체를 넘어 그 이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소년조사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보호관찰소, 필요에 따라 소년분류심사원까지—다양한 기관을 통해 소년의 가정환경, 교우관계, 성장 배경이 입체적으로 파악된다. 단순히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러한 조사와 수사 결과를 종합하여 판사는 소년에게 가장 적합한 처분을 고민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런 처분도 하지 않는 '불처분'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소년재판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이러한 처분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판사는 처분 이후에도 소년이 판사의 처분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핀다. 만약 그 이행이 부실하거나 소년의 상황이 악화될 경우, 기존 처분을 변경하기도 한다. 이는 소년재판이 단순히 비행에 대한 일회성 처분을 내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년의 삶을 일정 기간 함께 책임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소년분류심사원
소년 사건을 다루다 보면, 기록과 몇 차례의 면담만으로는 도저히 파악되지 않는 유형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비행 뒤에 복잡하게 얽힌 가정 환경과 성장 과정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때 활용되는 제도가 바로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이다. 이는 종종 '구속'과 혼동되지만, 그 성격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구속이 신병 확보를 위한 강제 조치라면,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은 소년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관찰과 조사에 목적이 있다.
소년이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될 경우 약 3주에서 4주 정도 그곳에서 생활하며 24시간에 걸쳐 관찰된다. 일상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 또래와의 관계, 감정의 흐름까지 전문가들이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이는 단순한 조사라기보다, 한 사람의 전 인격을 이해하고 파헤치기 위한 과정에 가깝다. 또한 학생의 경우 이 기간은 모두 학교 출석으로 인정된다.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던 당시 소년분류심사원 위탁 결정을 내릴 때마다 보호자와 소년이 느끼는 당혹감과 두려움을 자주 마주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은 결코 가볍게 내려지는 결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소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개입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마지막 수단으로 신중하게 선택된다.
전부는 아니지만 소년분류심사원을 다녀온 아이들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다. 불안정하던 눈빛이 조금은 차분해지고, 보호자와의 관계가 조금은 회복된 모습이었다. 그때마다 이 제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소년재판은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가 아니다. 한 아이가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때로는 너무 엄격하기도 하지만 항상 그 근저에는 늘 보호와 회복에 대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소년분류심사원 역시 그러한 맥락 속에 존재한다. 낯설고 두려운 제도일 수 있지만, 그것이 지향하는 바는 처벌이 아니라 이해와 변화에 있다. 이 점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l 김태형 변호사는 가사∙상속 분야 전문가이다. 2007년 법관 임용후 2024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17년간의 법관생활을 끝내고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김태형 변호사는 법관시절 2012년부터 총 8년간 가사∙상속 및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법관 퇴직 전 5년(2019~2024)간 수원가정법원에서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수많은 가사∙상속 관련 케이스를 처리하면서 이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베스트셀러인 "부장판사가 알려주는 상속, 이혼, 소년심판 그리고 법원"(박영사, 2023)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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