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록 여행업에 렌터카 불법 운송까지… 제주 관광 신뢰 흔드는 '그림자 영업'
파이낸셜뉴스
2026.05.18 15:15
수정 : 2026.05.18 15:15기사원문
중국 SNS로 하루 50~80명 모객
편의점 거점 삼아 수수료 위장
일반 렌터카로 불법 유상운송
개별 외국인 관광 증가 틈새 파고들어
안전·보험·세금·지역상권 피해 우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관광시장이 개별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온라인 플랫폼 확산 속에서 무등록 여행업과 렌터카 불법 유상운송이라는 '그림자 영업'에 노출되고 있다. 편의점과 SNS를 거점으로 관광객을 모으고 일반 렌터카로 실어 나르는 방식까지 등장하면서 관광객 안전과 제주 관광 신뢰를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
18일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자치경찰은 지난 13일 제주시 관광진흥과, 제주도관광협회와 합동 단속을 벌여 편의점을 거점으로 무등록 관광 알선 행위를 한 한모씨(58)를 관광진흥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 한씨는 중국 소셜 플랫폼 '샤오홍슈'에 '동북아저씨와 함께하는 제주여행'이라는 상품을 홍보하고 위챗 오픈채팅방을 통해 관광객을 모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하루 평균 50~80명의 관광객을 알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 흐름도 단순하지 않았다. 한씨는 관광 알선 대가로 받은 수수료를 자신이 근무하는 편의점 매출로 위장하거나 급여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여행업 영업장이 아닌 생활 거점을 이용하고 수수료 흐름까지 감췄다.
한씨에게 관광객을 넘겨받은 박씨는 1인당 258위안, 한화 약 5만5000원 상당의 관광 상품을 판매하며 관광객을 이동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합법 여행사를 설립했지만 부족한 차량을 일반 렌터카로 대체해 유상운송에 활용한 것으로 자치경찰은 보고 있다.
현행법상 무등록 여행업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렌터카 불법 유상운송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다.
문제는 이런 영업이 왜 여전히 제주에서 반복되는가다. 우선 제주 관광객의 이동 방식이 빠르게 바뀐 데 있다. 과거 단체관광은 여행사와 전세버스, 가이드가 비교적 드러나는 구조였다.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도 SNS와 메신저, 짧은 영상 플랫폼을 통해 직접 상품을 고르고 예약한다.
제주관광공사의 '2025년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이후 개별여행객 비율이 계속 늘고 있다. 2025년 외국인 관광객 체류일수는 전년보다 0.06일 늘어난 4.79일로 나타났다.
개별여행이 늘면 여행 선택권은 커진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상품도 함께 늘어난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현지 등록 여행사인지, 운송 차량이 합법인지, 사고 때 보험 처리가 가능한지 확인하기 어렵다. 언어 장벽까지 겹치면 SNS 후기와 가격만 보고 선택하기 쉽다.
다음으로 제주 관광의 수익 구조가 얇아진 데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도 지역에 남는 소비가 충분하지 않으면 저가 알선과 수수료 중심 영업이 파고든다. 제주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시내 상점가와 대형마트 이용 비중이 커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외국인 관광객은 시내 상점가 쇼핑 비율이 72.4%로 가장 높았고 대형마트 방문 비중도 2024년 35.4%에서 2025년 40%로 늘었다.
크루즈 관광객 지출 감소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2025년 크루즈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 경비는 122.13달러(약 16만9000원)로 2024년 157.1달러(약 21만7000원)보다 줄었다. 관광 시간은 평균 5.11시간으로 소폭 늘었지만 쇼핑비 감소가 전체 지출 감소를 키웠다.
관광객은 오는데 지역에 남는 부가가치가 줄면 불법 저가 상품이 설 자리가 생긴다. 등록 여행업체와 합법 운송업체는 보험, 인건비, 차량 관리, 세금, 안전 비용을 부담한다. 반면 무등록 영업은 이 비용을 피하면서 낮은 가격을 내세운다. 결국 정상 업체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관광 질서는 무너진다.
단속 사각지대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례처럼 편의점이 관광객 응대 창구가 되고 위챗 오픈채팅방이 예약 창구가 되면 기존 단속 방식만으로는 추적이 쉽지 않다. 상품 홍보는 해외 플랫폼에서 이뤄지고 현장 접선은 생활 공간에서 진행된다. 수수료는 편의점 매출이나 급여로 위장된다.
제주 관광에 미치는 악영향은 작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다. 일반 렌터카를 대가를 받고 관광객 운송에 쓰면 사고 발생 때 보험 적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치경찰도 무등록 여행업과 렌터카 유상운송이 사고 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관광객 안전을 직접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관광객 피해 구제도 어려워진다. 정식 계약서와 등록 업체 정보가 없으면 일정 변경, 환불, 사고, 분쟁 때 책임 주체를 찾기 어렵다. 외국인 관광객은 언어 문제로 신고와 민원 제기도 쉽지 않다. 불법 영업이 한 번의 사고로 이어지면 피해는 개인을 넘어 제주 관광 전체 이미지로 번진다.
세금과 지역경제에도 손실이 생긴다. 알선 수수료가 매출로 위장되거나 현금·메신저 결제로 처리되면 과세와 행정 관리망에서 벗어난다. 정상 관광업체가 부담하는 비용과 의무를 회피한 채 영업하는 구조라 공정 경쟁도 깨진다.
지역 상권에도 부작용이 있다. 불법 알선망은 특정 쇼핑처와 이동 동선으로 관광객을 몰아넣기 쉽다. 관광객 선택권은 좁아지고 지역의 다양한 식당, 시장, 체험업체로 소비가 퍼지기 어렵다. 제주 관광이 추구하는 체류형·분산형 관광과도 맞지 않는다.
자치경찰은 지난해 무등록 여행업 4건과 불법 유상운송 44건 등 모두 48건을 단속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무등록 여행업 3건과 유상운송 4건을 적발했다. 이번 사건은 단속 대상이 기존 도로 위 차량 중심에서 SNS와 생활 거점까지 확장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충익 제주도 자치경찰단장은 "최근 개별 관광객이 늘면서 편의점 등 생활 거점을 활용한 신종 불법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유관기관과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제주 관광의 신뢰를 흔드는 변칙·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제주 관광은 코로나19 이후 회복 흐름 속에서 양적 확대보다 질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외국인 개별관광이 늘고 체류일수가 길어지는 변화는 기회다. 그러나 그 틈을 무등록 알선과 불법 운송이 파고들면 관광객 안전과 정상 영업 질서, 지역경제 선순환이 함께 흔들린다.
앞으로의 대응은 단속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외 SNS 플랫폼 모니터링, 다국어 신고 창구, 등록 여행상품 인증 표시, 렌터카 불법 유상운송 합동 단속, 외국인 관광객 대상 안전 안내가 함께 가야 한다. 제주 관광의 신뢰는 공항과 숙소, 관광지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예약 단계부터 합법과 안전이 작동해야 지켜질 수 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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