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팅거 JAIA 회장 "日 전기차 시장 부진, 소비자 불안이 문제"

파이낸셜뉴스       2026.05.18 16:11   수정 : 2026.05.18 19:07기사원문
일본 소비자들 "실제 주행거리보다 불안감 더 크게 작용"
EV·HEV·수소 병행하는 '멀티패스웨이' 확산
자율주행 경쟁 핵심은 데이터…중국 강점 뚜렷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일본 전기차(EV)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인프라보다 소비자 불안감 영향이 크다."

고 겔팅거 일본수입자동차협회(JAIA) 회장 겸 메르세데스-벤츠 일본 최고경영자(CEO)는 18일 도쿄 일본외국특파원협회(FCCJ)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전기차(EV) 시장 성장 정체의 배경과 향후 자동차 산업의 변화 방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일본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일본은 수입차 관세나 규제 측면에서는 상당히 개방적인 시장"이라면서도 "작은 흠집도 고객 불만으로 이어질 정도로 서비스 기대 수준이 높기 때문에 판매망 구축과 서비스 체계 마련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세계 주요 시장과 비교해 EV 보급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이유로는 공급 측면과 소비자 인식 문제를 꼽았다.

현재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EV 비중은 약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수입차 시장 내 EV 판매 비중은 약 12.6%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겔팅거 회장은 "일본 업체들의 EV 제품군이 아직 많지 않다"며 "닛산이나 혼다의 라인업을 봐도 EV보다는 하이브리드(HEV) 중심"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주행거리 불안과 배터리 수명에 대한 우려도 일본 EV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입차 고객들의 월평균 주행거리는 약 480~490㎞ 수준이었지만 소비자들은 500~700㎞ 수준의 주행거리를 원했다"며 "실제 필요보다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배터리 수명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그는 "다만 스마트폰 배터리를 봐도 5~10년간 80~90% 수준의 성능은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충전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고속도로 중심의 급속 충전망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고속도로 주변에 충분한 급속 충전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며 "반드시 고속도로 안이 아니더라도 출구 인근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망 문제에 대해서는 대형 배터리 저장시설 활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충전하지 않는 시간에 대형 배터리를 충전해 두고 이를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며 "전력망이 약한 환경에서도 해결책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멀티패스웨이 체제로 이동..자율주행 주목


겔팅거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순수 EV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동력원을 병행하는 '멀티패스웨이(Multi-pathway)'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EV에만 집중하기보다 HEV, 수소, 내연기관 개선 기술 등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럽은 탄소중립 목표를 강하게 추진하며 EV 중심 전략을 밀어왔지만 충분하지 않은 충전 인프라와 현실적인 제약을 확인하게 됐다"며 "현재는 다양한 기술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멀티패스웨이 전략이 제조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차종에 HEV와 EV, 수소, 내연기관 버전을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며 "비용 부담은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 소비자가 실제 체감하게 될 가장 큰 기술 변화로는 자율주행을 꼽았다.

겔팅거 회장은 "차가 스스로 움직이게 되면 이동 방식 자체가 바뀔 수 있다"며 "자동차가 스스로 충전 장소로 이동할 수도 있고 차량 이용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령화와 지방 인구 감소가 진행되는 일본에서는 자율주행의 의미가 더욱 크다고 봤다.

그는 "일본 지방에서는 기존 교통 인프라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자율주행은 이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 데이터 역량 높아 "기회 있다"


겔팅거 회장은 향후 자율주행 기술 경쟁의 핵심은 차량 자체보다 데이터 확보 능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할수록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를 얼마나 축적하고 정교하게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짓는다는 설명이다.

이 점에서 중국 업체들의 데이터 역량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율주행은 단순히 센서나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며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학습시키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거의 모든 차량에 레벨2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대규모 차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자율주행에서는 데이터 정제가 매우 중요하며 중국은 이 부분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해외 생산공장을 설치하는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최대 자동차 제조사 비야디(BYD)의 올해 4월 자동차 수출 규모는 13만4542대로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자동차 판매량이 32만1123대로 전년 대비 15.5% 감소하며 8개월 연속 역성장을 이어간 가운데 해외 판매 성장세가 이어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같은 기간 체리자동차는 전년 동기 대비 102.4% 증가한 17만7573대를, 지리 자동차는 245% 늘어난 8만3186대를 해외에 판매했다.


비야디는 올해 수출 목표를 전년 대비 43% 증가한 150만대로 설정했다. 같은 기간 체리차와 지리차 역시 목표치를 19%와 79% 상향한 150만대와 75만대로 제시했다.

겔팅거 회장은 중국 업체들의 일본 시장 확대 가능성에 대해 "적절한 제품과 경쟁력 있는 가격이 있다면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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