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테러보다 무서운 '주소 유출'…보복대행 키운 개인정보 장사

파이낸셜뉴스       2026.05.18 16:21   수정 : 2026.05.18 16:20기사원문
텔레그램 기반 보복대행 범죄 69건 파악
실행책 넘어 개인정보 유출 경로 수사 확대
배달앱 등 주소·외주 접근권한 악용 우려
법조계 "보복 대행 요청시, 교사범·공동정범 책임 가능"



[파이낸셜뉴스] 서울과 인천에서 이른바 '사적 보복 대행' 행동대원이 잇따라 붙잡히면서 피해자 개인정보 유출 경로가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경찰은 온라인상에서 보복 대행을 광고한 의심 업체 2곳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고, 실행자뿐 아니라 의뢰자와 개인정보 제공자까지 공범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최근 보복 대행 관련 사건을 일선 경찰서로부터 넘겨받아 자료 분석에 착수했다.

범행이 여러 지역에서 반복되고, 온라인 광고글과 개인정보 유출 경로 등 확인할 자료가 많아 일선서 단위 수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보복 대행 범죄는 의뢰자가 온라인 광고를 통해 업체에 접근하고, 업체가 피해자의 주소·연락처를 확보한 뒤 행동대원에게 범행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행동대원은 피해자 주거지를 찾아가 오물을 뿌리거나 래커칠을 하고, 업체는 피해자에게 추가 금전을 요구하며 협박을 이어가는 구조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도 유사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협박·주거침입·재물손괴 혐의로 A씨(20대·남)를 지난 17일 구속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 구로구 한 아파트에서 피해자 B씨 자택 출입문 주변에 개인정보가 담긴 출력물을 두고 간장을 뿌린 뒤 벽면에 빨간색 래커를 칠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대가는 80만원 상당이었다.

지난 13일 인천 서구 청라동에서도 현관문에 페인트를 칠하고 계란 등 음식물을 뿌린 C씨(20대·남)가 검거됐다. C씨는 착수금 30만원을 받고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파악한 텔레그램 기반 보복 대행 범죄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 14일까지 69건이다. 관련 피의자 50명이 검거됐고 이 중 14명이 구속됐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페이스북, 구글, 디시인사이드, 텔레그램 등에 보복 대행 광고 게시글이 굉장히 많이 올라와 사이버분석팀에서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실제 범행이 의심되는 업체 2곳을 파악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범죄를 단순 주거침입이나 재물손괴 사건 이상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개인정보가 먼저 확보된 뒤 행동대원이 주거지를 찾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다른 사건에서는 배달앱 외주 협력사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해 피해자 주소를 빼돌린 정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보복 대행 사례 중에는 음식점 업주가 악성 리뷰를 남긴 손님의 배달 주소를 이용해 보복을 의뢰한 경우도 있어, 개인정보 취급 영역의 내부 접근권한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보복 대행 범죄를 막기 위해선 행동대원 검거를 넘어 개인정보 접근권한 관리와 오남용 차단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개인정보 취급자가 금전적 목적 등으로 외부에 정보를 넘기는 경우를 막으려면 접근 권한을 꼭 필요한 정보로 제한해야 한다"며 "가맹점이 배달 주소를 범죄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로, 개인정보 오남용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의뢰자와 정보 제공자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소속 김진욱 변호사는 "개인정보의 불법 수집이나 활용을 인지하면서도 의뢰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며 "범행 유형에 따라 협박·주거침입·재물손괴의 교사범이나 공동정범 책임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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