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시장의 새로운 주역, Z세대의 가치소비에 주목하라

파이낸셜뉴스       2026.05.18 19:00   수정 : 2026.05.18 19:00기사원문
이승배 농협중앙회 베트남사무소 부소장

최근 베트남 소비 시장의 지형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전체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1500만명의 Z세대(1997~2007년생)가 있다. 이들은 디지털 기기에 능숙할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정보 검색 능력과 디지털 영향력을 바탕으로 가정 내 구매 결정권의 41.5%를 행사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세대들이 전후 복구와 경제 성장을 겪으며 가성비와 효율성에 집중했다면, 고속 경제 성장기에 태어난 Z세대는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치소비'를 지향하고 부모 세대의 소비를 가이드하는 정보 탐색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베트남 Z세대의 가치소비 성향은 크게 다섯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우선 이들은 제품의 QR코드를 스캔해 원재료 산지와 제조 공정을 직접 확인하는 등 디지털 투명성을 중시한다. 그리고 과거 해외 브랜드를 동경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베트남의 정체성을 담은 로컬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을 힙(Hip)한 행위로 간주하는 등 자국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또,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에 대응해 제로 웨이스트와 리필 시스템을 선호하는 '그린슈머' 성향을 띄며, 소비를 곧 콘텐츠로 인식해 자신의 소비 과정을 숏폼 영상으로 인증하는 문화 역시 이들 소비의 특징이다. 아울러 주 1~2회 비건(채식) 식단을 유지하는 플렉시테리언이 급증하는 등 자신의 건강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제품 선택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러한 Z세대의 가치소비 패러다임은 이미 산업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뷰티 분야에서는 브랜드 이름보다 성분의 안전성과 비건 인증 여부가 필수 조건이 되었으며, 식음료 시장에서는 건강을 위해 기꺼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소비자가 85%에 달하고 있다. 베트남의 유명 피자 체인 음식점인'피자 포피스(Pizza 4P's)'는 식재료의 60%를 현지 농가에서 조달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재활용하는 등 Z세대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경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패션브랜드 '림루프(Limloop)'는 시각·청각 장애인 아티스트들을 고용해 나일론 쓰레기를 재활용한 핸드백, 파우치 등 패션 아이템을 제작함으로써 환경 보호와 장애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중 가치를 실현하여 Z세대의 가치소비 성향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Z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전략적 접근이 절실하다. 이제는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고유 기술을 전수하거나 베트남 현지 사회와 상생하는 모델을 구축해 '베트남 경제 및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브랜드'라는 진정성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1인 가구 증가에 맞춘 소포장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와 일반인 인플루언서(KOC)를 활용한 실시간 소통 강화 역시 필수적이다. 베트남의 미래 시장을 선점하는 열쇠는 결국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소비'에 얼마나 진심으로 응답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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