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교육방식을 확 바꾸자

파이낸셜뉴스       2026.05.18 18:09   수정 : 2026.05.18 19:17기사원문

지난달 남미의 수리남을 다녀왔다. 인구 60만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유전 발견으로 이제 막 도약의 시기를 맞이했다. 필자는 수리남 대통령이 주도하는 행사에 초대되어 새로운 재원을 어떻게 인공지능(AI) 중심 교육에 투자해야 하는지 강의하고 논의했는데, 부강한 나라를 향한 그들의 절실함은 뜨거웠다.

작년 말에 방문한 인구 1억명의 베트남 역시 같았다. 국영방송 강의를 통해 만난 그들에게서는 AI 시대를 발판 삼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겠다는 절실함이 느껴졌다.

과연 우리는 지금 수리남보다, 베트남보다 더 절실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우리는 한때 이들보다 더 가난했고, 더 절실했다. 두 번의 파격적인 결단이 그 절실함의 증거다. 첫 번째는 1967년 학생들에게 옥수수빵을 배급하던 시절, 해외 원조를 당장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설립에 쏟아부은 것이다. 농업조차 뒤처진 나라가 첨단산업 인재 양성에 국가의 명운을 거는 결단은 당시 분명 '미친 짓'으로 보였을 터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흐른 1997년, 두 번째 결단은 더욱 과감했다. 국가 파산 위기로 다시 외국 돈을 빌려야 하는 처지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은 가혹한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예산만큼은 되레 늘리는 전무후무한 선택을 했다. 실직과 도산으로 국민이 고통받던 시기에 전국의 교실에 컴퓨터를 보급하고 인터넷망을 깔며 정보화와 문화산업을 운운하는 것은 세상이 이해하기 힘든 결단이었다.

하지만 국민의 절실함과 리더십의 올바른 전략과 과감한 실천이 있었기에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 우뚝 설 수 있었다. 다시 한 세대가 지난 오늘, 우리는 'AI 시대'라는 거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16년 넘게 교육받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무더기로 쏟아질 판국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입시에 매달리고 수능 점수에 웃고 운다. 수능 1, 2, 3등급이래 봤자 AI 세계에서는 9.1, 9.2, 9.3등급에 불과하지 않은가. 온 국민이 다시금 불안해졌지만 정작 나아갈 교육 방향은 여전히 과거의 정답 속에 갇혀 있다.

오늘날에는 1967년과 1997년의 결단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작이 요구된다. 현대 교육은 120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당시에 개발된 인지(IQ) 테스트에 맞춰 표준화된 낡은 체계다. 측정하기 어려운 암묵지는 외면하고 채점이 수월한 형식지만 강조해온 반쪽짜리 교육 시스템인 셈이다. 더 많이 외우고 빨리 답을 찾는 '공부하는 기계'에 유리한 이 방식은 진짜 공부하는 기계인 AI의 등장으로 그 수명을 다했다. IQ 테스트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수능시험도 유효기간이 만료되었다.

다시 묻는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절실한가? 우리에겐 교육 제도와 방식의 완만한 변화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이번에도 세상으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미래를 꿰뚫는 파격적인 결단을 지금 당장 내려야 한다.
현행 교육을 조금 고치자는 말이 아니다. 아예 뜯어버려야 한다. 수리 수준이 아니라 통째로 새롭게, 그리고 반쪽짜리가 아닌 온전한 교육이 되도록 완전히 재건축해야 한다.

조벽 고려대 석좌교수·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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