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있는 곳에 보상"… 삼성 '70년 경영원칙' 택했다
파이낸셜뉴스
2026.05.20 18:22
수정 : 2026.05.20 18:21기사원문
"이병철·이건희 강조한 신상필벌
포기땐 다른기업·산업에 악영향"
삼성, 100조 피해 예상에도 결단
시스템LSI·파운드리 추정손실 6兆
"非반도체 소외" 노노갈등도 격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철저히 적용해야 한다. 잘하는 사람에게는 날개를 달아주고, 못하는 사람은 긴장하게 만들어야 조직이 살아 움직인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원칙 포기 시, 다른 기업에 악영향"
삼성전자는 이날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으로부터 70년간 이어져온 경영원칙을 다시 꺼내들었다. 입장문을 통해 삼성전자 노조안 및 중노위의 조정안을 따를 경우 "성과 연동 보상이라는 경영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 원칙을 포기할 경우,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협상에서 원칙만을 고수한 것은 아니었다. 최대 100조원대 피해가 예상되는 반도체 노조의 파업을 막기 위해, 적자인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부에도 상당한 액수의 성과급 지급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 및 중노위 조정안과는 간극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선대로부터 이어진 경영원칙에 위배된다는 우려에도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부에도 이미 성과급을 주겠다고 제안했으며, 특히 메모리 사업부에 대해선 1등 하면 SK하이닉스보다 더 주겠다고 했으나 적자 사업부에 대한 요구 수준 자체가 매우 과도했다"고 전했다.
■"휴대폰 팔아, 반도체만 배분하냐"
노조는 성과급 재원을 반도체(DS) 전 부문 공통지급 부분과 사업부별 차등 지급 문제를 놓고 '반도체 전 부문 70%, 각 사업부 30%'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사측은 반도체 부문 40%, 사업부 60%을 제안하는 등 실적 호황을 견인하고 있는 메모리 사업부에 대한 지급 비중을 더 높이고자 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총파업 압박 속에서 성과주의 원칙 고수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양 날개인 DX부문과 DS부문 간 노노(勞勞) 갈등도 변수였다. 특히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과 적자를 기록 중인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 성과급 협상에서 완전히 배제된 DX사업부 직원들 간 감정 충돌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왜 메모리 사업부가 벌어온 돈을 적자 사업부와 나눠야 하느냐", "과거 스마트폰 팔아 반도체를 키웠는데 이제는 메모리 수익을 적자 사업부에 배분하려 한다"는 반발이 전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MX·네트워크 사업부는 지난해 1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10조6000억원)보다 2조3000억원가량 수익성을 개선했다.
반면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의 경우 회사가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같은 기간 6조82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4년 추정 영업손실 5조3260억원보다 적자 폭이 1조4960억원 더 커진 것이다. 비메모리 사업부와 MX·네트워크 사업부의 손익 격차는 지난 2024년 15조9260억원에서 2025년 19조7220억원으로 확대됐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앞세운 MX사업부가 조단위 이익을 내는 동안, 첨단 공정 투자와 고객 확보 부담을 안은 파운드리·시스템LSI는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임수빈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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