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체', 기존 문법 파괴 '뉴타입 좀비' 등장..."'마그네슘 부족 액션'이라 명명했죠"
파이낸셜뉴스
2026.05.20 23:01
수정 : 2026.05.20 23:01기사원문
극중 구교환과 좀비 배우들 교류 연기
연상호 감독은 20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군체' 언론시사회에서 "기존 좀비물이 클래식한 좀비와 특정 공간이 결합된 형태였다면, '군체'는 좀비 자체에 집중한 작품"이라며 "좀비가 주인공인 영화는 처음"이라고 연출 소회를 밝혔다.
초고속 정보화 시대의 공포…'집단지성'으로 진화하는 좀비
영화 속 좀비들은 물어뜯는 본능만 남은 기존의 좀비와 다르다. 이들은 개별성이 완벽히 사라진 채,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업데이트하며 끊임없이 진화한다. 네 발로 기다가 어느 순간 직립해 두 발로 걷고, 무리를 지어 생존자들을 공격한다. 군집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인 셈이다.
극 중 천재 생물학자 '서영철' 역을 맡은 구교환은 빌딩에 생화학 테러를 감행한 뒤, 자발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들의 우두머리로 군림한다. 그는 감염자들과 교신하며 그들을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특별한 상황을 연기한다.
연 감독은 구교환의 신체 표현을 두고 "우리끼리는 '마그네슘 부족 액션'이라 명명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구교환 역시 "서영철도 감염자와 처음 교류하는 것이라 초기에는 거칠게 움직이다가, 통신이 잘되면 간단한 동작으로 표현했다"며, "통제가 잘 안 될 때는 손짓발짓뿐만 아니라 얼굴의 온갖 근육을 다 사용했다. 연 감독님이 시범을 잘 보여주신 덕분"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좀비의 기괴하고 독창적인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연 감독은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기존의 브레이크댄스 크루나 스턴트맨뿐만 아니라, 현대무용 팀을 섭외한 것이다. 연 감독은 "추상적인 개념을 몸으로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는 현대무용가들 덕분에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한 우리 영화만의 좀비가 완성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빌딩 보안팀 직원 '최현석'을 연기한 지창욱은 감염자를 연기한 배우들의 표현력을 언급했다. 그는 "좀비를 연기한 배우들의 움직임이 경이로웠고, 그 연기에 몰입한 덕분에 자연스러운 리액션이 나올 수 있었다"며 "영화 속 좀비의 눈을 이토록 유심히 바라본 것은 처음일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또 감염자들이 토해내는 흰색 점액질과 끈적이는 비주얼에 대해 연 감독은 "리서치 과정에서 개미가 페로몬으로 소통하며 집단지성을 발휘한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감염자들 간의 연결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설정으로 점액질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또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가 집에서 슬라임을 가지고 노는 모습에서도 힌트를 얻었다"며 "아이들이 왜 저렇게 슬라임을 좋아할까 지켜보며 영감을 받았는데, 나중에 영화가 잘되면 '군체 점액질 슬라임'을 출시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AI가 인간 지능 흉내내기 시작한 세상..우리시대 불안 주목
연 감독은 이번 영화가 현대 사회의 잠재적 불안감에서 출발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군체'를 기획할 때 우리 시대가 가지고 있는 불안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며 "초고속으로 정보를 교류하며 개별성보다 집단의식으로 사고하게 된 세상, 그리고 AI가 보
편적 사고의 총합으로서 인간의 지능을 흉내 내기 시작한 세상에서 느낀 공포를 '군체' 속 좀비로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영화는 좀비의 위협 속에 고립된 빌딩 안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다룬다. 생명공학과 교수 '권세정'(전지현 분)은 정체불명 감염자들의 행동과 진화 패턴을 읽어내며 생존자들을 이끌고 탈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빌딩 보안팀 직원 '최현석(지창욱)은 장애가 있는 누나이자 IT 업체 직원 '최현희(김신록)와 끈끈한 가족애를 발휘한다. 또 남편을 잃은 생명공학부 교수이자 특별조사팀의 공설희(신현빈)는 이성과 소신을 잃지 않은 채 빌딩 밖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고군분투한다.
연 감독은 생존자와 감염자 두 집단의 대비를 통해 오락적 재미와 함께 사회적 메시지도 가볍게 담았다.
그는 "처음에 좀비는 원시적인 상태에서 시작해 급격하게 진화(집단지성)하는 반면 인간들은 문명적인 상태에서 시작하지만, 극한 상황 속에서 이기심 등으로 인해 퇴화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문명이 사라진 자리에서 남는 '인간성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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