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쿠바 전 대통령 카스트로 '살인' 혐의 기소

파이낸셜뉴스       2026.05.21 04:30   수정 : 2026.05.21 04: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라울 카스트로 쿠바 전 대통령(국가평의회 의장)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마약 거래 혐의로 체포해 송환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쿠바의 정신적 지주인 카스트로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카스트로 기소를 지렛대 삼아 쿠바를 압박하는 한편,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원에 제출된 기소장을 인용해 미 연방 검찰이 카스트로를 살인, 미국인들 살해 음모, 항공기 파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쿠바 혁명의 아버지' 피델 카스트로의 친동생인 라울 카스트로는 2006년 형의 권력을 이어받은 뒤 2008년 국가평의회 의장에 취임했고, 2021년 공식 은퇴했다. 그러나 여전히 쿠바의 정신적 지주이자 실세로 평가받는다.

카스트로는 1996년 국방장관 당시 '구조를 위한 형제들'이라는 인도주의 그룹이 띄운 민간 항공기를 쿠바군이 격추한 것과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항공기 격추로 쿠바계 미 시민권자 3명과 영주권자 1명이 숨졌다.

이번 기소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쿠바 압력 강화를 시사한다. 역시 쿠바계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쿠바 강경 노선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의 기소 발표는 쿠바계 미국인들의 환호를 받았다. 블랜치 대행은 "미 정부는 하늘에서 격추당해 사망한 무고한 이들을 잊지 않았다"고 밝혀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WSJ은 전했다. 그는 1960년대 쿠바 난민 수십만명의 입국 수속이 진행됐던 마이애미의 '프리덤 타워'에서 라울 카스트로 기소를 발표했다.

플로리다 국제대의 브라이언 폰세카 교수는 카스트로 기소로 볼 때 미국이 기존 대쿠바 경제, 정치 압력을 넘어 추가 조처를 준비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추가 조처가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 작전과 같은 '카스트로 체포 작전'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현직 미 정부 관리들은 올해 95세의 고령인 카스트로가 미국에 송환되거나 체포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기소 자체를 실질적인 압박 카드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일부 분석가들은 카스트로 기소가 패착이라고 보고 있다. 쿠바가 미국에 굴복해 협상할 여지를 외려 더 좁힌다는 지적이다.

멕시코 외교장관을 지낸 호르헤 카스타네다는 "기소로 인해 쿠바인들은 미국에 굴복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추가됐다"면서, 라울 카스트로 미국 송환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쿠바는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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