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직전 재혼 남편 계좌서 12억 빼낸 60대 아내, '징역형 집유'

파이낸셜뉴스       2026.05.21 08:00   수정 : 2026.05.21 14: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생명이 위독한 재혼 남편의 계좌에서 12억원 상당을 인출 또는 이체한 60대 아내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2부(박건창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7월 전 부인과 이혼한 상태였던 B씨(2021년 11월 사망)와 동거를 시작한 뒤 2021년 2월 혼인신고를 했다.

B씨는 오래전부터 신장 투석을 받아왔고, 숨지기 2개월 전쯤인 2021년 9월 낙상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았다. 이후 치료 과정에서 건강 상태가 악화됐고, 2021년 10월 의식 저하 상태에 빠져 같은 달 23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A씨는 이틀 뒤인 10월 25일 권한 없이 남편의 계좌에서 1억원을 수표로 인출하고 2억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이튿날 A씨는 의료진으로부터 남편이 임종 과정에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A씨는 이날 4억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으며, 이후 남편이 숨지기 전까지 5억여원을 추가로 자신이 관리하는 남편 명의의 또 다른 계좌로 이체했다.

또 그는 남편이 보유한 3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해 예수금을 이체 받으려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출금과 이체 행위는 남편의 생전 의사에 따른 것"이라며 "그 액수는 피고인의 상속재산 범위 내이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망인이 피고인에게 상속 지분에 상응하는 재산을 증여하기로 약속했다거나 재산 처분에 대한 포괄적 권한을 위임했다는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고, 망인은 이 사건 불과 1년 전에는 피고인의 예금 인출 행위를 엄격히 통제했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망인의 생명이 위중한 상태를 인지한 직후부터 망인 명의 계좌에서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인출하거나 이체하는 등 5일 만에 급박하게 예금을 처분했다"며 "이는 재산에 대한 정당한 권한은 없으나 그에 대한 사실상 지배력을 가진 피고인이 급박하게 재산을 자신 명의로 돌리려는 모습으로 봄이 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죄행위는 망인이 사망하기 전으로 상속이 개시되기 전이며 피고인의 상속 지분은 다른 상속인들과 협의 또는 생전 증여분 등을 고려한 산정으로 확정되는 것"이라며 "망인 사망 전 피고인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상속지분 상당액을 미리 취득할 수 있는 정당한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시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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