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가상자산으로 '돈세탁' 추정...바이낸스 이용한 듯
파이낸셜뉴스
2026.05.22 18:28
수정 : 2026.05.22 18:34기사원문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이란 돈세탁 정황 포착
지난해 말까지 2년 동안 6446억원 규모
中에서 받은 석유 대금으로 가상자산 구입해 이란에서 환전 추정
바이낸스 측은 돈세탁 부인 "부정확한 정보"
[파이낸셜뉴스] 이란의 정치 군대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를 이용해 외부 자금을 입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들이 '돈세탁'으로 국제 제재를 피해 가져간 돈은 6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국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바이낸스 내부 준법 감시 보고서를 인용해 이와 같이 전했다.
52세의 잔자니는 IRGC에 자금을 보낸 혐의로 미국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인물로, 자신이 소유한 가상자산 기업 '제드섹스'와 측근 명의 계좌 등을 통해 제재를 우회했다고 전해졌다. WSJ는 바이낸스 내부에서도 여러 차례 의심 활동이 보고됐으나, 관련 계정이 최소 15개월 동안 운영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계정이 올해 1월까지도 열린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WSJ는 해당 자금이 중국의 원유 구매 대금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올해 이란전쟁 전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약 90%를 수입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국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받은 원유 대금을 바이낸스를 통해 세탁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중국 위안 등으로 대금을 받을 경우 바이낸스에서 이를 가상화폐로 바꾼 후, 이란 가상자산 거래소로 보내 이란 리알로 환전한다고 알려졌다. 이란으로 유입된 원유 대금은 IRGC는 물론, 하마스·헤즈볼라·예멘 후티 반군 등 중동의 여러 친(親)이란 세력을 지원하는 데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낸스는 중국계 캐나다인인 자오창펑이 2017년 중국 상하이에서 설립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다. 바이낸스는 최초에 본사를 중국에 두었으나 이후 세계 각지에 법인을 내고 본사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바이낸스는 초기 수년간 신원 확인 없이 계좌 개설이 가능했고, 월간 거래량 역시 수조 달러에 달해 자금 추적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자오창펑은 미국에서 과거 자금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돼 43억달러의 벌금을 내고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번째로 취임한 이후 사면됐다. 바이낸스는 트럼프 일가의 가상화폐 업체인 월드리버티가 거액을 투자받는 데 기여하는 등, 장기간 로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WSJ와 접촉한 익명의 전문가는 이번에 확인된 바이낸스의 이란 계좌들에 대해 "다양한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일반적인 투자 계정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며 "자금 이체 수단으로 쓰이며, 입금액과 거의 동일한 가치가 그대로 출금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란 중앙은행도 지난해 약 1억700만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바이낸스 계좌로 이체했으며, 2024~2025년 바이낸스 계좌와 이란 연계 단체 간 직접 거래 역시 약 2억60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낸스는 이번 WSJ 보도에 대해 "부정확한 정보"라며 "제재 대상 개인과의 거래를 허용하지 않았고, 제재 대상 지정 이후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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