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웅들, 폐허 속 피어난 번영의 나라로… 73년 전 지켜낸 한국 땅에 묻히다

파이낸셜뉴스       2026.05.25 17:29   수정 : 2026.05.25 17:46기사원문
단장의 능선 영웅 자크 그리졸레·정전 직전 부상 투혼 앙드레 다차리 내일 입국   
6·25 참전 프랑스 노병 2위 유해봉환식 26일 거행, 27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서 영면



[파이낸셜뉴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풍요의 기반이 된 두명의 6·25 전쟁의 영웅들이 생전의 유언에 따라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온다.

이번 두 이방인 노병이 남긴 마지막 선택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근대사 역사에서 동맹의 가치와 애국심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특히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인 부산 유엔기념공원의 사후 안장 역사에서 이번 봉환은 매우 특별한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

지난 2015년 5월 정부 지원으로 사후 안장 제도가 시행된 이후 제1호 주인공도 프랑스 참전용사인 레몽 베르나르(BÉNARD RAYMOND JOSEPH)였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 이래 이번 두 명의 프랑스 영웅까지 총 37명이라는 유엔 참전용사가 유엔기념공원에서 사후 영면에 든 보훈 기록울 전하고 있다.

25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자원 참전했던 고(故) 앙드레 다차리 상병과 고(故) 자크 그리졸레 원사 등 프랑스 참전용사 2위의 유해봉환식이 오는 26일 오전 10시 30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엄숙히 거행된다.

■ 단장의 능선 사수한 '불꽃의 수호자'와 정전 직전까지 피 흘린 영웅들

이번에 봉환되는 고(故) 자크 그리졸레 참전용사는 6·25전쟁 중인 지난 1951년 4월 첫 파병을 시작으로 두 차례나 한반도 전선에 자원했다. 그는 한국 전쟁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소양강 전투와 단장의 능선 전투, 송곡 및 중가산 전투의 최전선을 지키며 중공군의 공세를 막아내고 서울을 사수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 공로로 대한민국 국민훈장 동백장과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았으며, 전후에는 프랑스 개선문 무명용사의 불꽃을 지키는 '불꽃의 수호자(Keeper of the Flame)'로 활동하다 지난 2024년 11월 향년 96세로 별세했다. 생전 고인은 1990년부터 2022년까지 총 7회나 한국을 재방한하며 변함없는 애정을 보였다.

함께 돌아오는 고(故) 앙드레 다차리 참전용사 역시 1953년 3월 프랑스 대대 육군으로 자원 입대해 정전 직전인 1954년 8월까지 최전방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두 차례나 부상을 입었다. 정전 이후에도 유엔 프랑스군 파견대 임무를 완수하여 대한민국 대통령 부대표창과 프랑스 참전용사 훈장 등을 받은 참된 군인이다. 고인 또한 지난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총 6차례 한국을 다시 찾아 눈부시게 발전한 대한민국의 근대사를 눈에 담았으며, 지난 2025년 3월 향년 93세로 타계했다.

■2015년 사후 안장 첫 주인공 레몽 베르나르 이어 37번째 사후 안장

두 영웅의 유해는 26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오경준 국가보훈부 기획조정실장과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 그리고 국방부 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영접 의식을 치른다. 이어 이튿날인 27일 오후 2시 40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영원히 잠들 예정이다.

6·25 전쟁 당시 인구가 약 1200만 명에 불과했음에도 총 2만6791명을 파병해 미국, 영국에 이어 3대 파병국으로 헌신했던 프랑스는 516명의 전사자를 냈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 노병들은 목숨을 걸고 지킨 나라가 세계적 번영을 이룬 모습을 보며 "내가 지킨 위대한 나라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군 안보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에게 잊혀가는 6·25 전쟁의 참상과 폐허 속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한국 근대사의 가치를 이들의 사후 안장이 웅변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편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6·25 전쟁에 참전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다 산화한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유해가 안장된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역이자 성지다. 아울러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평화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국제적 상징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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