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축 '실행하는 AI'로 전환...플랫폼 경쟁 본격화

파이낸셜뉴스       2026.05.25 14:27   수정 : 2026.05.25 15:06기사원문
글로벌 빅테크들 AI플랫폼 경쟁으로 전략 전환
네이버·통신3사도 AI에이전트 경쟁 나서
韓 정부 정책 여전히 모델 개발에 중점....방향전환 필요

[파이낸셜뉴스] 올들어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의 경쟁 방식이 '에이전트 플랫폼' 경쟁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문답형 AI가 아니라 실제 작업을 실행하고,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되며, 기업 시스템 전체를 움직이는 서비스로 산업 패턴이 진화한 셈이다.

25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픈AI, 구글, 앤스로픽 등 글로벌 AI기업들은 올들어 AI가 외부 서비스와 기업들의 다양한 소프트웨어(SW)를 연결해 사용자의 일상과 기업 시스템 전체를 통합하는 'AI 운영체제(OS)' 경쟁 전략을 속속 내놓고 있다.

구글, AI에이전트 대중화 선언
구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I/O 2026'에서 '제미나이 3.5 플래시'를 공개하면서 AI 에이전트 대중화 시대를 선언했다. 구글은 검색창에 '제미나이 3.5 플래시'를 얹어 기존 검색창을 AI기반 검색창으로 완전히 바꿨다. 이제 제미나이 3.5 플레시가 지메일, 워드 등 업무용 프로그램에도 연동돼 이용자가 요청하면 받은편지함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 요약하고, 문서는 구두로 풀어낸 생각을 초안 형태로 정리한다. 쇼핑 영역에서는 검색, 제미나이 앱, 유튜브, 지메일 등에서 담은 상품을 하나의 장바구니로 관리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사용자 업무처리부터 검색·메일·쇼핑·영상 제작까지 연결하는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제미나이 3.5 플래시'는 경쟁사들의 모델보다 출력 속도가 4배 이상 빠르면서도 구동 비용은 절반 이하 수준이라는게 구글의 주장이다.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하루에 토큰 1조 개를 쓰는 기업이 업무량의 80%를 3.5 플래시로 전환하면 연간 10억 달러(약 1조5109억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 에이전트의 대중화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웠다.

오픈AI·앤스로픽, 'AI 업무 플랫폼' 경쟁 본격화
오픈AI는 지난 2월 기업용 AI 에이전트 플랫폼 '프런티어(Frontier)'를 공개하면서 기업의 업무 전체를 AI 기반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챗GPT로 AI 챗봇 경쟁을 주도한데 이어 기업용 AI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오픈AI는 자사 AI기반 AI 앱 생태계와 기업용 API, 자동화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생태계 확장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기업용 AI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춘 앤스로픽은 기업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앤스로픽은 올초 '클로드 매니지드 에이전트'를 출시한데 이어 은행과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에서 하는 노동 집약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도록 설계된 AI 에이전트 템플릿 10종을 추가로 내놨다. 기존에 AI 도입에 수개월이 걸렸다면 앤스로픽은 자사 AI 에이전트 템플릿을 통해 도입 기간을 단 몇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등 산업단위별 특화 플랫폼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앤스로픽은 AI모델이 외부 도구, 시스템 및 데이터 소스와 상호 연동할 수 있도록 개발한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 MCP)'을 앞세워 기업용 AI 플랫폼 시장의 표준 주도권 확보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통신3사·네이버도 AI플랫폼 경쟁 진입
국내 기업들도 속속 AI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AI 사업 전략을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확보 경쟁에서 AI데이터센터와 GPU클라우드 등 기업용 AI 서비스 중심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특히 AI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닷'을 조직 전면에 배치하고 '1인 1 AI에이전트' 목표를 공개했다. 비개발직군도 특화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내부 플랫폼 3종도 제공한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금융·제조·유통 분야 기업 AI전환(B2B AX)용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를 축소하고 네이버의 최고 강점인 검색 중심 AI 구조 강화에 나섰다. 단순 챗봇 경쟁보다는 검색과 쇼핑, 금융, 기업 솔루션을 잇는 '에이전트N 포 비즈니스'를 출시해 기업용 AI플랫폼 시장에 본격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 역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안에 AI 에이전트 카나나를 탑재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시리즈를 기반으로 제조와 연구개발(R&D), 금융 분야 특화 AI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휴머노이드용 AI와 피지컬 AI 전략까지 공개했다.

모델 개발에 집중된 정부정책 '플랫폼 육성'전환 필요
글로벌 AI 시장이 일제히 기업용 AI 플랫폼 시장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한국형 파운데이션모델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AI정책도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AI 산업의 경쟁 축이 플랫폼과 생태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어, 자체 AI 모델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제조와 물류, 의료, 금융 등 산업 분야별 AI 플랫폼을 키워내기 위해 부처별로 얽혀 있는 규제를 찾아내 개선하는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게 업계의 한결같은 요구다.

그동안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부처간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최근 상근 부위원장이 공석이 되면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부처간 정책을 중재할 심판이 특정 부처 장관이면 협의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산업별 AI플랫폼 육성을 위한 부처간 협의 기능에 힘이 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 AI 표준 경쟁 참여도 필요하다. 최근 글로벌 AI 플랫폼 경쟁은 사실상 표준 경쟁의 성격까지 띠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기업 단독으로는 국제 표준 논의에 영향력이 제한적이어서, AI 국제표준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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