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시대의 생존 의지
파이낸셜뉴스
2026.05.26 18:04
수정 : 2026.05.26 18:38기사원문
우리 사회와 문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던 바로 그 살아내려는 의지 말이다.
산업혁명 당시에도 기계가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컸다. 영국의 스핀햄랜드제도는 임금이 생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공동체가 그 차액을 지원하는 사실상의 최소소득 실험이었다. 그러나 그 제도가 노동의욕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었고, 결국 영국은 이후 빈민법 체계를 대폭 수정하게 된다. 이미 200여년 전 사람들도 기술 발전에 직면하여 노동과 생계보장의 관계를 두고 지금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생산성에서 AI와 로봇에 뒤처지더라도 인간 노동을 생산 과정에서 배제하는 것은 소중한 생산자원을 버리는 일이다. 비교우위의 논리가 말해주듯, 사회 전체의 효율은 모든 자원이 제 역할을 찾을 때 극대화된다. 설령 노동 없는 생계가 가능하다 해도 인간 노동이 생산 과정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것은 경제 전체로 보면 여전히 손실이다.
AI와 로봇 기술 발전이 곧 인간 노동의 광범위한 배제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생산을 어떻게 조직할지는 결국 제도와 선택에 달려 있다. 인류의 역사적 경험과 고민의 결과는 다수의 구성원이 생산의 책임을 담당하는 쪽을 가리킨다. "누가 얼마를 가질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이를 재분배만으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생산과 노동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고민하여 생산 과정에서부터 그 답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역사 속 많은 사회가 이미 생산된 몫을 둘러싼 지대추구와 분배갈등에 몰두하기 시작했을 때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기술 발전과 인간의 노동은 양립할 수 있을까? 생산성 향상이 일하는 사람의 수가 아니라 각 사람이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쪽으로 활용된다면 그것은 가능하다. 기업의 인사조직과 고용관행, 나아가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의 개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생산에 참여하고 높아진 생산성의 과실을 자신의 소득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경제와 제도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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