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 붕괴' 현장감식… 경찰 "중처법 위반 여부 수사"
파이낸셜뉴스
2026.05.27 18:10
수정 : 2026.05.27 18:09기사원문
6명 사상… 사고원인 파악 나서
안전조치 적정성 집중 확인할 듯
구조물 노후냐 해체 과정 문제냐
단차 예측 가능했는지도 쟁점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날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로부터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관련 안전관리계획서 등을 임의 제출받았다.
경찰은 서소문 고가차도 사업·교량 현황 자료와 철거 사업 관련 입찰 계약서, 발주 계약서 등도 함께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는 지난 26일 오후 2시33분께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발생했다. 사고 당일 새벽 슬래브(상판) 절단 작업 중 일부가 약 2.9㎝ 내려앉는 침하 현상이 확인되면서 공사는 중단됐다. 이후 서울시와 시공사, 감리단, 외부 전문가 등 9명이 오후 2시께 안전진단에 나섰지만, 점검 시작 약 30분 만에 구조물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60대 감리단장과 현장관리 소장, 50대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도심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시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현장 인근 상인 40대 최모씨는 "상판 철거 과정에서 나무 합판을 깔고 공사하는 모습이 불안해 보였다"고 말했다. 현장을 자주 지난다는 한 시민도 "많은 사람이 다니는 출퇴근 시간대였으면 더 큰 참사가 날 뻔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고는 일반 철거 작업 도중이 아니라 이상 징후가 확인된 뒤 안전진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침하 확인 이후 현장 조치의 적정성이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수사당국은 단차 발생 경위와 보고 체계, 긴급 안전진단 결정 과정, 현장 진입 지시 주체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침하가 확인된 이후 하부 통제와 구조물 보강, 원격 점검 등 대체 안전조치가 검토됐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해체계획서와 실제 작업 방식이 일치했는지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사 방향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면서도 "현장감식 결과와 관계자 진술,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단차 발생 원인과 예측 가능성, 이후 조치의 적정성이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봤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은 "단차가 구조물 노후로 원래부터 있었던 것인지,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필요한 조치를 합리적인 선에서 다 했는지, 단차 발생이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는지가 쟁점"이라고 짚었다.
도심 한복판의 철거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소문 고가처럼 철도·도로·보행로가 인접한 구조물은 작업자뿐 아니라 시민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상 징후가 확인될 경우 현장 진입 기준과 통제 범위, 임시 보강 방식 등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유사한 교량 붕괴 사고에서 현장 안전관리 부실이 형사책임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지난해 2월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 구간 청룡천교 건설 현장에서는 교량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근로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검찰은 당시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관계자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고 역시 안전관리 부실이 확인될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이 우선 검토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형법상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경찰은 확보한 안전관리계획서와 계약 관련 자료, 현장감식 결과,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고 전후 의사결정 과정을 재구성할 방침이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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