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티콘 선물도 '탈벅'…5·18 탱크데이 논란 2주, "전액 환불해주세요"

파이낸셜뉴스       2026.06.06 07:00   수정 : 2026.06.06 07:00기사원문
스타벅스코리아, 1~14일 카드 전액 환불
카카오톡 선물하기 순위서 뒤로 밀려
정부·기업·협회도 사용 자제 분위기
신용·체크카드 결제금액 100억 넘게 감소 

[파이낸셜뉴스] "대놓고 역사를 조롱한 기업에 쓸 돈은 없습니다."

40대 직장인 A씨는 서울 종로구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스타벅스 카드 잔액을 환불한 뒤 이같이 말했다. A씨는 "평소 카드에 수만원씩 충전해 출근길마다 이곳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셔왔지만, 논란 이후 한번도 이용하지 않았다"며 "잔액을 쓰는 순간 이번 일을 대충 넘기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일찌감치 환불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민주화운동 폄훼' 마케팅 논란이 불거진 지 2주 넘게 지났지만, 소비자 불매 움직임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카드 잔액을 환불받는 소비자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기프티콘 선물에서도 스타벅스를 피하는 이른바 '탈벅'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6일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스타벅스 카드 잔액 환불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에는 최종 충전 후 잔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환불이 가능했지만, 해당 기간 동안 사용률과 관계없이 잔액 전액(200만원 한도)을 돌려받을 수 있다. 앞서 스타벅스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인 지난달 18일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 문구가 담긴 홍보물을 사용해 거센 비판을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 2일 서울 동작구·영등포구·종로구·중구 등 스타벅스 매장들에서는 환불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이어졌다. 이들은 매장 계산대 앞에 놓인 '카드 환불 기준 일시적 변경', '회원 탈퇴 방법' 관련 안내판을 본 뒤 직원에게 실물 카드를 건넸다. 일부 고객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환불하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서울 경복궁역 인근 매장 직원은 "환불 조치 첫날부터 무기명 실물 카드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들이 꽤 있었다"며 "근처에 정부서울청사나 청와대가 자리한 영향인지 특히 점심시간에 공무원증을 목에 건 채 환불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환불 인증 게시물이 확산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스타벅스 앱 내 카드 잔액이 0원인 화면이나 '환불 진행 중' 화면을 공유하며 "돈 들어오면 회원 탈퇴할 예정" 등 글을 남겼다.



기프티콘 선물 수요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카카오 집계 결과 지난해 카카오톡 선물하기 최고 인기 선물 교환권은 스타벅스 상품권이었다. 그러나 지난 4일 오전 9시 기준 카카오톡 선물하기 교환권 순위 10위권 내 스타벅스 상품은 5만원권(9위) 1개뿐이었다. 논란 이튿날인 지난달 19일만 해도 5위권 안에 스타벅스 상품 2개가 이름을 올렸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고모씨(25)는 "친구들 생일마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선물했었지만, 논란 이후 실제 분노하기도 했고 극우 성향으로 비칠까 걱정돼 다른 기프티콘으로 마음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벅'은 정부 부처와 기업·협회 등 단체 차원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행정안전부는 공모전이나 국민참여 이벤트 등에서 스타벅스 상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으며, 국방부도 스타벅스코리아와 추진하던 장병 복지 증진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광주은행 등 금융권은 각종 행사에서 경품 지급 시 스타벅스 상품을 제외하거나 다른 브랜드로 변경했다.

실제 지난달 스타벅스의 결제금액은 전달보다 100억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지난달 신용·체크카드 추정 결제금액은 약 1211억9000만원으로 지난 4월(1343억2000만원) 대비 131억원가량 감소했다. 특히 논란 직후인 지난달 18~24일 결제금액은 약 236억9000만원으로 전주 대비 84억7000만원(26.3%) 급감했다. 이어 지난달 25~31일에도 약 214억6000만원으로 다시 줄며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적지 않은 고객들이 포착된 스타벅스 매장도 일부 있었다.
서울 광화문 일대 매장에는 점심시간 전후로 직장인들이 주로 방문했으며, 서울 노량진역 인근 매장에서는 노트북이나 책을 펼친 채 자리를 잡은 '카공족'도 있었다.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변모씨(29)는 "다른 카페들로 수험생들이 옮겨갔는지 이전보다 자리 경쟁이 치열하진 않다"면서도 "스타벅스만큼 수험생 입장에서 편리하고 쾌적한 카페가 없어 찾게 된다. 회장이 직접 고개 숙여 사과했고 환불도 해주고 있으니 대응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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