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직전 '아파트 명의 母 이전'·집 3채 은닉도...개인회생 악용 막을 대안은
파이낸셜뉴스
2026.06.03 15:02
수정 : 2026.06.03 17:13기사원문
재산은닉·허위자료 제출 여전...'소득 없음' 서류도 빈번 "신속한 채무조정 중요하지만 제도 신뢰성 확보도 필요"
[파이낸셜뉴스] #1. A씨는 2024년 개인파산을 신청하면서 재산목록에 "부동산이 없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사건을 들여다보던 파산관재인은 A씨 명의 부동산 3건을 확인했다. 사실상 허위 기재였다.
"대리해준 법무사가 포기할 부동산은 적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는 게 A씨 항변이다.
개인회생 신청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상당수는 법원의 심리단계에서 걸러지지만, 신속한 채무조정이라는 제도 취지 때문에 강도 높은 조사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사법정책연구원 설동윤 연구위원이 내놓은 '도산제도의 현안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악용 유형은 △도박 등 사행행위로 채무를 늘린 뒤 회생 신청 △재산 은닉 △수임료 마련을 위한 추가 대출 △신용카드 수임료를 회생채권에 포함시키는 행위 △허위 자료 제출 등이다.
이 가운데 법원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문제 되는 것은 재산 은닉과 허위 자료 제출이다. 개인회생 절차에서 일부 채무자들은 변제액을 줄이기 위해 재산을 숨긴 채 회생을 신청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은닉 수법도 다양하다. 임대차보증금 등을 숨기기 위해 주민등록을 지인 주소지 혹은 고시원으로 옮기거나, 실질적으로 소유한 재산을 배우자·가족 명의로 이전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허위 자료 제출도 동반된다. 자신의 재산을 누락한 자료를 제출하거나 자동차 시가를 축소한 자료, 위·변조된 임대차계약서, 무상거주 확인서를 내는 사례가 확인됐다. 보유 재산을 0원으로 기재하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소득자료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급히 저소득자로 보이기 위해 거래처나 친인척 사업장에 취업한 사례도 보고서에 담겼다. 지난해 8월 서울회생법원에서는 한 채무자가 같은 해 4월 회생신청이 기각되자, 출생년도를 1976년에서 1973년으로 허위 기재한 뒤 재신청해 적발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악용 사례를 실질적으로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개인회생 사건은 법관의 지휘 아래 법원 사무관과 외부 변호사 등 회생위원이 기록 검토와 면담을 통해 심리한다. 설 연구위원은 "회생위원의 의지, 경력, 능력 등에 따라 심리 및 조사의 강도나 범위가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수원·부산회생법원은 '개인도산 신뢰성 제고위원회'를 두고 허위 채권자목록, 허위 소득자료, 허위 재산목록 제출 여부 등을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를 활용한다. 위법 정도에 따라 수사의뢰나 징계의뢰, 서면경고 등의 조치도 가능하다.
반면 상당수 사건이 서면경고 수준에서 마무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층적인 감시체계 마련 등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회생 사건을 주로 맡아온 이동우 법무법인 지름길 변호사는 "각 회생법원별 업무준칙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인회생 제도가 채무자의 재기를 돕는 사회안전망이라는 점에서 접근성을 지나치게 낮춰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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