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총알받이냐"…투표용지 부족 사태 방패막이 된 지자체 공무원들 '분노'

파이낸셜뉴스       2026.06.04 16:12   수정 : 2026.06.04 15: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제9회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 일부 지역의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현장 지원에 투입됐던 일선 지자체 공무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무책임한 대응을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4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참여마당 게시판에는 '선거관리 도저히 못 한다'는 제목의 성토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송파구 소속 공무원(A씨)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선관위의 현장 대응 부재를 꼬집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A씨는 해당 게시물에서 "긴말 안 하겠다. 우리 송파구 직원들은 더 이상 선거 업무에 참여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떻게 이런 사태가 벌어지도록 송파구 선관위에서는 직원이 한 명도 현장에 안 올 수가 있느냐"며 "더 이상 이런 모자란 집단과 일 못 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선관위를 향해 "선거 사무는 선관위에서 단독으로 하라. 더 이상 지자체 공무원을 총알받이로 쓰지 말라"고 일갈하며, "그리고 퇴근시켜 달라. 내일 지자체 공무원은 정상 출근해야 한다"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번 논란은 전날 치러진 선거 과정에서 서울 송파구, 강남구, 광진구 등 일부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동나면서 촉발됐다. 유권자들의 투표가 중단되거나 장시간 대기하는 상황이 빚어졌고 현장에서는 선거 관리 부실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가 마련된 잠실 우성아파트 일대에서는 투표 종료 후에도 시민 50여 명이 모여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부정선거", "재투표 실시", "선관위 해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책임 있는 해명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11시경에는 투표소 내부에 있던 선관위 직원 2명이 밖으로 나오자, 흥분한 시민들이 몰려들어 "우리를 우습게 보느냐", "경찰 조사받을 때까지 안에서 나오지 말라", "범죄자 체포하라"며 거칠게 항의해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선관위 "사과하지만 재투표는 불가"...진상규명 약속


사태가 확산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새벽 과천 청사에서 긴급 위원 회의를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선관위는 "투표권을 행사해 민주주의에 참여하고자 투표소를 방문하신 유권자에게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 드려 크나큰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빗발치는 재투표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의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현재 진행되는 개표를 중단하는 것은 불가하며, 해당 투표소에서 투표한 유권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투표함은 개표소로 이송돼야 한다"고 일축했다.

선관위는 개표가 종료되는 대로 즉시 이번 사안에 대한 진상 규명에 착수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소상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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