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500이 되네"···그날의 속삭임, 25건의 범행

파이낸셜뉴스       2026.06.06 05:00   수정 : 2026.06.06 10:52기사원문
남성 두 명, 대리기사 사고 후 병원행
상해 없었음에도 진단서 끊고 보험금 청구
이후 지인들 섭외에 25차례 걸쳐 보험사기
결국 재판에 넘겨져, 주범은 3년6월 실형

[파이낸셜뉴스] 차량 뒷좌석엔 남자 둘이 앉아있었다. 술을 한잔 하고 대리기사를 불러 일단 A씨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많이 마시지는 않은 터라 완전히 곯아떨어지지 않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러다 차 옆면에서 지지직, 긁히는 소리가 났다. 꽤 컸던 지라 A씨와 B씨 모두 놀라며 깼다. 몸에도 진동이 전해졌다. 대리기사가 미처 보지 못 하고 도로 옆 벽면을 긁으며 지나간 것이었다.

"드러누워" 범죄의 시작


그 순간 술이 깬 둘은 눈을 마주쳤다. A씨가 속삭이듯 B씨에게 말했다. "드러누워."

B씨는 바로 알아듣지 못 하고 A씨에게 다시 한번 말해보라는 듯 눈을 좀 더 크게 떴다. "드러누우라고."

그제야 B씨는 A씨 내심을 파악하고 돌연 허리가 아프다고 내뱉었다. 대리기사는 그 정도 충격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지만 본인 과실인데다 사고 수습에 정신이 없었기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 했다.

결국 A씨와 B씨는 모두 다음 날 바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진단서까지 챙겼다. 그렇게 500만원 이상을 보험금으로 타냈다.

A씨의 본격적인 범죄 행각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비교적 손쉽게 큰돈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나니 또 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는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주변 지인들을 여러명 섭외해 허위 교통사고를 발생시키거나 고의로 사고를 낸 뒤 과실에 의한 것처럼 위장시키기도 했다. 좀 더 대범해져 사고 사실 자체가 없는데도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도있었다. 그때그때 시간이 되는 이들이 돌아가면서 가담했다.

그렇게 일으킨 게 총 25건이었고, 합산 보험금은 1억2400만원이 넘었다.

미수로 잡힌 덜미


영원한 범죄는 없다. A씨 등 일당이 가열하게 범죄를 저지르던 중 미수에 그친 한 건이 있었었다. 이른바 '가피공모(가해자와 피해자가 짜고 사고를 일으키는 수법)'로 차량을 상호 고의 충돌시킨 후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보험사에 사건을 접수했으나 보험사기를 의심한 담당자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A씨 무리는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곧이어 다음 범죄를 계획했으나 이는 이후 수사기관이 덜미를 잡는 단초가 됐다.

결국 A씨는 재판에 넘겨졌고,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6월에 처해졌다. B씨를 포함해 범죄에 가담한 4명 역시 1년2월부터 2년 사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외 9명은 집행유예, 또 다른 6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행한 범죄의 피해가 많고 수법이나 방법이 대담한 점, 대다수의 일반 보험가입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며 "A씨 등 일부는 다수의 범행을 주도적인 위치에서 계획, 실행했다"고 지적했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금욕에 눈멀어 생명을 해치고 '거짓을 청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