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도 BYD도 껄끄러운 '공급망 40점'…한국의 전기차 줄타기

파이낸셜뉴스       2026.06.06 06:00   수정 : 2026.06.06 06:00기사원문
미·중 전기차 동시 견제 구조
통상 마찰 우려 속 7월 시행



[파이낸셜뉴스]오는 7월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의 범위 자체가 달라진다. 차량의 성능이나 가격이 아니라, 그 차를 파는 회사가 정부 평가를 통과했는지 여부가 보조금의 전제 조건이 되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와 국내 전기차 생태계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이 제도로 인해 외국산 전기차의 보조금 탈락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통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월부터 전기차 보조금 달라진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 중심이었다. 주행거리, 배터리 용량, 차량 가격에 따라 보조금 액수가 달라졌고, 어느 나라 브랜드인지, 어느 회사가 파는지는 원칙적으로 보조금 지급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발표에 따라 7월부터는 새로운 조건이 적용된다. 제조·수입사가 기후부의 평가를 받아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획득해야만 보급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평가는 5개 분야 13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기술개발 역량(10점) △공급망 기여도(40점) △환경정책 대응(15점) △사후관리·지속성(20점) △안전관리(15점)다.

60점을 넘기지 못한 브랜드의 차량은 7월 이후 국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지자체 보조금도 국가 보조금 지급이 전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보조금 전체가 사라지는 효과다.

이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 전체 배점의 40%를 차지하는 '공급망 기여도'다. 이 항목은 사업자가 "국내 전기차 가치사슬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는지"를 평가하며, 생산 및 공급 역량,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고용과 부품산업 전환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따진다. 한마디로 국내에 공장을 짓고, 부품을 사주고, 사람을 고용하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논리는 국가 재정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인 만큼 그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국내 전기차 생태계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조금만 받고 국내 사업을 철수하거나 사후관리가 부실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사업자'를 막겠다는 취지다. 국고 보조금이 해외로 이익만 빠져나가는 통로로 활용된다면 정책 실패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테슬라·BYD, 보조금 탈락 가능성↑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은 올해 1분기 1만1926대를 기록해 수입 전기차 단일 모델 기준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수입 전기차에 새로운 진입 장벽이 생긴 것이다. 테슬라는 2017년부터 한국에서 사업을 해온 만큼 기술개발·사후관리 항목에서는 일정 점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 생산공장이 없고 국내 부품망 연계가 미미한 테슬라가 공급망 기여도에서 현대·기아 수준의 점수를 받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BYD는 2025년 4월 한국 고객 인도를 시작한 지 불과 11개월 만인 올해 4월 누적 판매 1만75대를 달성했다. 테슬라가 같은 고지에 오르는 데 3년 이상이 걸렸다는 점과 비교하면 놀라운 속도다. 올해 1분기 단월 기준 1664대를 기록해 수입차 시장 4위까지 올라섰고, 2450만 원부터 시작하는 소형 전기차 돌핀 출시와 하반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업 투입까지 예고되어 있다. 그러나 진출 1년여에 불과한 신생 업체인 BYD 역시 공급망 기여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국내 생산공장과 광범위한 부품망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아이오닉 시리즈, EV3, EV6, EV9 등 현대·기아의 주요 전기차 모델들은 기존처럼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보조금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2026년 현재 중형 전기 승용차 기준 국가 보조금은 통상 300만~58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지자체 보조금이 더해진다. 서울시는 200만 원 안팎이고, 지방 일부 지자체는 최대 600만 원 이상을 추가 지원하기도 한다. 수도권 기준으로도 보조금 총액이 500만~800만 원에 달하는 경우가 많고, 지방 거주자라면 1000만 원을 넘기도 한다.

만약 테슬라 모델Y나 BYD 씨라이언7이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이 금액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모델Y 후륜구동의 현재 판매가는 약 5500만 원대다. 보조금 없이 구매하면 현재보다 최소 500만 원 이상 비싸진다. 보조금이 유지되는 동급 현대·기아 모델과의 가격 격차가 그만큼 벌어지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선택지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결과는 6월 말에 나온다…소비자·통상 모두 변수


이번 기준의 실제 영향은 6월 말 평가 결과가 공고된 뒤에야 드러날 전망이다. 어떤 브랜드가 통과하고 어떤 브랜드가 탈락하는지가 확인되어야 논란의 실체가 분명해진다.

만약 테슬라가 공급망 기여도에서 낮은 점수로 커트라인을 넘기지 못한다면, 파장은 소비자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1분기 판매 1위 차량이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되는 상황은 단순한 정책 논란을 넘어 한미 통상 관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과의 무역 협정을 공개하며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자동차가 대미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한국 입장에서 이 협상의 무게는 작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하며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사이, 한국 정부가 미국산 전기차에 불리한 기준을 만든 셈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이 기준을 비관세장벽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고, 테슬라 역시 미국의 주요 수출 기업이다. 한국이 에너지·방산·인프라에서 미국과 수십조 원 규모의 협력을 협의하는 한편으로, 전기차 보조금에서는 테슬라를 불리하게 대우하는 구도가 통상 마찰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BYD의 경우, 한국 정부가 사이버보안 명목으로 중국산 전기차를 차별한다고 중국이 판단할 경우 한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여전히 높고, 배터리 소재와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하반기 전기차 구매를 계획하고 있다면 몇 가지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테슬라나 BYD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평가 결과 공개 전인 6월 안에 계약하고 출고받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출고 대기 기간이 길 경우 7월을 넘길 수 있으므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7월 이후 구매라면 6월 말 공고될 브랜드별 통과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실구매가가 수백만 원 단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