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제주 준보훈병원 지정 추진"… 섬 지역 보훈의료 격차 줄인다

파이낸셜뉴스       2026.06.06 13:03   수정 : 2026.06.06 13:03기사원문
현충일 추념사서 보훈의료 확대 언급
보훈병원 없는 제주·강원 지정 준비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 공모 근거 마련
제주대병원·서귀포의료원 후보군 거론
고령 보훈가족 장거리 진료 부담 완화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보훈병원이 없는 제주와 강원에 보훈병원 수준의 진료 기능을 맡는 준보훈병원 지정이 추진된다. 섬 지역이라는 이유로 보훈대상자와 유족이 항공편을 이용해 다른 지역 보훈병원까지 이동해야 했던 불편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1회 현충일 추념식 추념사에서 제주와 강원 지역 준보훈병원 지정 준비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독립유공자 유족 보상 확대, 참전유공자 배우자 지원, 위탁의료기관 확대와 함께 준보훈병원 지정을 보훈의료 확대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위탁의료기관을 확대하고 보훈병원이 없는 강원·제주 지역에는 준보훈병원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충일 추념사의 큰 흐름은 국가를 위한 희생을 예우와 의료, 보상,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겠다는 데 맞춰졌다.

제주는 그동안 보훈병원이 없는 대표적 지역으로 꼽혀 왔다. 전국 보훈병원은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대구, 인천 등 6개 대도시에 있다. 제주 보훈대상자가 전문 보훈진료를 받으려면 항공편과 보호자 동행, 체류비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준보훈병원은 이런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한 보완 장치다. 보훈병원이 없는 권역의 국립대병원이나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을 지정해 보훈병원에 준하는 진료 기능을 맡기는 방식이다. 기존 위탁병원이 일부 진료와 대상에 한정됐던 한계를 보완하고, 거주 지역에 따른 보훈의료 격차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제도적 근거도 마련됐다. 국가유공자법 등 8개 법률 개정안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했고 2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다. 개정 법률은 오는 8월 20일 시행된다. 이에 따라 보훈병원이 없는 권역의 국립대병원이나 지방의료원 가운데 한 곳을 준보훈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는 하위법령 정비와 공모·심사 절차를 거쳐 제주와 강원에서 준보훈병원을 지정할 계획이다.

제주에서는 제주대학교병원과 서귀포의료원이 제도상 검토 가능한 기관으로 거론된다. 제주대병원은 국립대병원이고, 서귀포의료원은 지방의료원법에 근거한 지역 공공의료기관이다. 다만 실제 지정 병원은 국가보훈부의 공모와 심사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관건은 실제 보훈의료 기능이다. 준보훈병원이 이름에 그치지 않으려면 진료 범위, 전문 인력, 예산, 예약 절차, 약제비 지원 방식이 구체화돼야 한다. 고령 유공자와 유족이 거주지 가까운 곳에서 검사와 진료, 상담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제도 도입의 의미가 살아난다.

제주 보훈의료의 핵심 문제는 거리다. 고령 보훈대상자에게 항공편 이동은 경제적 부담만이 아니다. 이동 자체가 건강 위험이 될 수 있고, 보호자 동행이 필요하면 가족의 시간과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준보훈병원 지정은 이런 장거리 진료 부담을 줄이는 생활형 보훈정책이다.

의료 접근성은 예우의 수준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국가유공자와 유족이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보훈의료 이용 여건이 달라지는 구조를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번 제도에 깔려 있다. 제주처럼 섬 지역의 경우 보훈의료 인프라 보강은 지역 공공의료 강화와도 연결된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두 기관의 역할도 다르다. 제주대병원은 중증·전문 진료와 교육·연구 기능을 갖춘 국립대병원이다. 서귀포의료원은 서귀포권 주민의 접근성이 높은 지방의료원이다. 어느 기관이 지정되더라도 제주 전역 보훈대상자의 이동 동선과 진료 연계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제주 준보훈병원 지정은 보훈정책을 지역의료와 연결하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병원 한 곳을 지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주시와 서귀포시, 읍면지역 보훈대상자가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이번 대통령 메시지는 제주 보훈가족에게 의료 접근성 개선을 약속한 정책 신호로 해석된다. 앞으로의 과제는 지정 절차를 서두르는 일이다. 공모와 심사, 예산 배정, 진료 범위 협의가 실제 서비스로 이어져야 고령 보훈대상자와 유족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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