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낀집이라니 안보러와요"...비거주 1주택 규제 풀어도 못 산다

파이낸셜뉴스       2026.06.07 18:12   수정 : 2026.06.07 18:19기사원문
'비거주 1주택' 실거주 유예에도
자금조달 어려워 시장 반응 싸늘
빈집에만 수요 몰려 호가 낮추기도
중저가 시장선 오히려 거래 줄어

"바로 입주 가능한 매물로 착각한 연락 말고는 문의가 없어요. 세 낀 매물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네요." 서울 강서구 아파트를 매도하려는 A씨는 최근 중개사에게 이 같은 말을 들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낀 매물' 거래를 허용한다는 정부의 발표에 곧바로 매물을 내놨지만 3주가 넘도록 매수 희망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금 부자만 살 수 있는 '세 낀 집'

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5월 12일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주택 매수인의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은 잠잠한 분위기다.

매수인들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선호하지 않아서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꼽힌다. 세 낀 매물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이 선순위로 잡혀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매수인이 세입자가 퇴거하는 시점에 전세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지만 생활안정자금인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도 1억원으로 제한돼있다. 결국 집값에서 1억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 취득이 가능한 셈이다.

빈집에만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 이어지자, 세 낀 매물은 일반 매물보다 가격을 낮추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최대 규모 대단지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매물을 살펴보면 전용면적 109㎡의 일반 매물 가격은 40억원까지 올라와 있지만 세 낀 매물의 호가는 37~38억원으로 낮다. 전용면적 84㎡ 역시 일반 매물은 최고 호가가 32억원인 반면, 세 낀 매물은 29억5000만원에 나와있다. 동작구 동작삼성래미안 114㎡도 일반 매물이 최고 17억5000만원이지만, 16억원짜리 매물은 '세안고'라는 문구가 붙었다.

세 낀 매물이 아닌 경우 '귀한 입주 매물' '정상 입주'라는 문구가 따라붙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매물이 빈집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연락이 많이 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일부 중개인들은 매물 설명란에 '세 낀 매매'라는 점을 굳이 밝히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저가 시장에서 효과 미미"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실거주 의무 유예는 지난달 29일 토지거래허가 신청분부터 적용됐다. 하지만 이로 인한 매매 증가가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 추세다. 새올전자민원창구에 따르면 올해 매수가 집중되고 있는 노원구에서는 최근 일주일(5월 29일~6월 4일) 동안 139건의 토지거래허가신청이 있었다. 1주전(5월 22~28일) 125건, 2주 전(5월 15~21일) 126건에 비해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최근 3주 동안 도봉구(53건→63건)와 양천구(50건→56건) 강동구(50건→58건) 등이 회복세를 띠었지만 마포구(34건→27건), 강북구(28건→31건), 강서구(71건→49건) 등은 오히려 줄어들거나 보합세를 보였다.
다만 막대한 현금이 필요한 강남3구에서는 모두 전주 대비 매매량이 늘었다. 서초구는 18건에서 32건으로 증가했고 강남구는 36건에서 43건, 송파구는 53건에서 63건으로 각각 반등세를 보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금이 충분한 이들은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져 나온 올해 봄, 지난달 9일 이전에 매수를 대부분 마쳤다"며 "비거주 1주택자 매물의 경우 소화할 수 있는 이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특히 중저가 시장에서 정책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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