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사태로 재확인된 세계 급소 '경제적 상호의존'
연합뉴스
2026.06.07 18:35
수정 : 2026.06.07 18:35기사원문
"해협봉쇄 따른 글로벌 충격 정상화까지 수년 걸릴 듯" 강대국 맞설 비대칭무기…위험 피할 구조개선 거의 불가능
호르무즈 사태로 재확인된 세계 급소 '경제적 상호의존'
"해협봉쇄 따른 글로벌 충격 정상화까지 수년 걸릴 듯"
강대국 맞설 비대칭무기…위험 피할 구조개선 거의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세계 경제에 막대한 충격을 주면서 특정 국가가 전략적 요충지를 활용해 글로벌 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에 맞설 수 있는 비대칭적 무기를 찾아냈다며, 이번 사태가 세계 경제가 서로 깊이 얽혀 있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올해 2월 28일 자국을 공격해오자 얼마 뒤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고, 에너지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현재 미국과 이란 간 불안정한 휴전은 유지되고 있지만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협상은 답보 상태다.
주세페 카보 드라고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위원장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이번 사태를 "경제적 상호의존성의 무기화"라고 규정하고,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과 정부, 산업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SJ은 과거에는 미국이 달러 패권과 국제 금융시스템 지배력을 활용해 제재와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였지만, 최근에는 중국과 이란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은 반도체와 항공기 엔진, 첨단 제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장악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지정학적 요충지를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은 희토류 공급망 장악력을 활용해 미국과 일본 등을 압박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공급 축소 가능성을 시사해 자동차·반도체 업계에 충격을 줬다.
이에 미국과 유럽, 일본은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과 말레이시아, 호주 등에서 대체 광산과 정제시설 구축에 나섰지만 성과는 제한적이다.
일본은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을 경험한 뒤 10년 넘게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여전히 필요한 희토류의 약 6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미국의 규제로 인해 중국은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이 생산하는 최첨단 인공지능(AI)용 반도체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특정 국가 의존 구조를 바꾸는 데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세계의 의존도를 낮추려면 새로운 송유관과 수출 경로 건설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앞으로 또 있을지 모르는 공급 충격에 대비하려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몇 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가 지나가면 이 같은 투자를 추진할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WSJ은 내다봤다.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신규 송유관 건설 계획도 수년 전부터 논의됐으나 예멘 내전 등 지역 분쟁 때문에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오만만으로 연결되는 수출 경로를 갖고 있지만, 송유관은 공격에 취약하고 해협을 통과하는 물동량 전체를 대체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의존 구조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한다.
한 예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은 대러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미국의 천연가스에 의존하게 됐고, 친환경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배터리와 풍력·태양광 기술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에 다시 종속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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