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너지 패권 앞세워 이란 체제 전환 압박…러·우 종전 시계추도 가속
파이낸셜뉴스
2026.06.07 18:39
수정 : 2026.06.07 20:51기사원문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패권 쥔 미국, 이란 고사(枯死) 작전 본격화 피 마르는 이란 신정체제…글로벌 에너지 판도 뒤흔들 '시간 싸움' 중동 위기 속 미국이 느긋한 진짜 이유, 압도적인 '에너지 패권 주도' 美 사상 최대 석유·천연가스 수출 경신…아브라함 협정 확산 정책 이란 권력 갈등 심화, 美 이란 핵 개발 영구 페기·이란 자유화 전략 러·우 종전 시계추 가속화, 고립되는 러시아와 가시화되는 출구전략 미국의 글로벌 정보·우주 패권, 한국 안보가 새겨야 할 실리적 교훈
미국은 이란의 자금줄을 차단해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중동 내 이란 전위·대리 세력들까지 고사시키는 시간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 생산·기술력을 토대로 '페트로 달러' 위상을 한층 더 다지고 있다. 중동의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유가 상승 기류가 지속되면서 미국은 사상 최대의 원유·가스 수출 이익을 경신하고 있다. UAE 등의 독자 노선으로 OPEC의 영향력이 줄어든 반사 이익도 크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급등세가 유지되더라도 미국은 자국 내 한시적 보조금 정책을 통해 물가를 방어할 재정적 체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이란 평화 협정이 지연되는 핵심 이유는 크게 3파전으로 나눠진 이란 내부의 권력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이란 권력은 △페제시키안 대통령 중심의 온건파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기반 강경파 △민중 반체제 저항파로 분열돼 있다. 이란 야권 성향의 해외 매체는 지난달 31일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IRGC 최고지도자실에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란 정부는 이튿날 즉각 부인했다.
워싱턴은 레바논 반군을 타격하는 이스라엘의 독자적인 군사 행보를 조율하는 한편, 이란 IRGC의 반격 움직임에 대해서는 상시 강력한 정밀 타격으로 저항 동력을 차단하고 있다. 자금줄이 막힌 중동 내 친이란 무장 반군들이 와해되는 도미노 효과도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최신 중동 군비 보고서는 대이란 작전 압박의 종착지가 누적된 경제난에 억눌린 이란 내부 국민 봉기를 유도해 정권 교체를 달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8일 이후 현재까지 중동의 휴전 상태는 60일째 공식적인 파기 없이 불안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미국 외교의 무게중심이 중동과 대이란 작전으로 집중되면서 유라시아의 러·우 전쟁은 수습 국면으로 진입하는 중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외교협회(CFR)가 지난 달 중순 발행한 안보 정세 긴급 브리핑은 이러한 정세 판단이 구체화된 현실임을 증명한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면 회담을 제안하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즉각 환영 의사를 밝힌 사실은 종전 시계추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백악관은 러·우 양측에 전쟁 지속 비용이 이득을 상회하는 임계점을 강요하며 강력한 압박 카드를 행사하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전시 경제 성장은 지속 불가능한 착시라는 국영은행 핵심 인사들의 경고가 잇따른다. 조급해진 푸틴 정권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민간과 지휘부에 무차별 살포하고 있으나, 미국의 압도적인 실시간 정보·감시·정찰 자산의 방어벽 앞에 무력화되며 정밀 무기만 낭비하는 전략적 패착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물밑 채널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유예하는 대신, 미·영·프·독 등 유럽 주요 강대국들의 강력한 지상군 파병 및 확실한 안보 보장을 대체재로 맞바꾸는 휴전 조건이 구체화되면서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인 뉴라인스 연구소(NLI)는 러시아의 재정 고갈과 군사적 피로도가 임계점에 달할 경우, 체첸 공화국 등 자치정부들의 군사적 균열 등으로 인해 모스크바가 휴전 문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4년 4개월째 이어져 군사력을 한계까지 쥐어짜는 장기 소모전 구도 속에 빠져든 양국이 역사적인 휴전 문서를 도출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핵무기 개발에 경도된 이란의 신정체제는 베네수엘라의 집권 2인자를 복속시켜 장악했던 시나리오와는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고 진단했다. 워싱턴이 서두르지 않는 평화협정 체결의 배경에는 이란의 체제를 그대로 둔 채 고농축 핵 물질만 수거하는 방식으로는 중동의 영구 평화가 불가능하다는 접근법이 내재돼 있다. 따라서 백악관은 하메네이 체제를 종식하고 친서방 이란 자유화를 재건하려는 현실론이 자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중동의 평화를 위한 또 다른 카드는 '아브라함 협정'의 전방위 확산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종전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아랍권 간 수교를 꺼내들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파키스탄뿐만 아니라 이란까지 호명하며 이 협정의 가입을 "의무적 사항"으로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간의 수교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우방국과 유럽 체제까지 이 협정의 틀 안으로 크게 묶으려는 대대적인 안보·경제 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권을 글로벌 지경학적 안보망과 직결시켜 이란을 거시적으로 포위하겠다는 미국식 거대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정보 패권의 영향력은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지난 5일(현지시간)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이 미 하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했다. 미 의회는 주한미군 감축 제한과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이양 검증 과정이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는지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증명하기 전까지 관련 예산을 동결하는 내용을 담았다. 워싱턴이 철저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연합 방위태세의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앞서 지난 2일 미 인-태 우주군 사령관 마스타리르 소장은 "북한은 날로 고도화되고 정교해진 미사일 능력을 추구하며 한반도 전체를 실질적 타격권에 가둬두고 있다"고 경고하며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은 우주 기반의 미사일 경보 및 실시간 감시·정찰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첨단 우주·정보 패권과 직결된 연합 지휘 구조를 섣불리 분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군은 우주·정보 역량의 실효적 동조화라는 군사적 실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북핵 위협에 맞서 한미 우주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의 첨단 정보 자산을 완벽히 활용하는 내실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CSIS는 미 의회의 냉정한 현실 인식과 우주 패권의 무게감을 직시해야 한다며, 한미 연합 방위태세의 질적 강화가 지경학적 폭풍 속에서 힘에 의한 평화를 수호할 해법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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