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최우선 과제는

파이낸셜뉴스       2026.06.10 19:06   수정 : 2026.06.10 19:06기사원문

국민연금은 단기적 증시 수급이나 여론에 좌우되지 않도록 기금운용의 재무적 전문성과 의사결정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높이고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하며 시장 내 기계적 매도 압력을 완화하려 한 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중장기 자산배분 원칙 측면에서 보면 한계가 분명하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보다 중요한 것은 단기 대응이 아니라 일관된 리스크 관리체계다.

기금의 중장기 자산배분 전략이 장기 재무분석 대신 시장 수급이나 정책 요구에 이끌려 사후 조정되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포트폴리오 분산 원칙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국내주식 등 특정 자산군의 비중을 단기에 상향 조정해 위험 노출도(익스포저)를 넓혀 놓은 상황에서 시장 조정 장세가 도래하면 기금 전체 손실 위험이 커지고 국민연금 자산배분 신뢰도 약화될 수 있다.

국내주식 비중 확대는 성과 측면에서는 단기 수익률을 끌어올렸지만 자산배분 원칙 측면에서 논쟁의 여지가 크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규모는 320조9000억원으로 기금적립금의 21.0%를 차지했다. 국내 증시 급등으로 실제 비중이 기존 목표비중을 웃돌자 기금위가 이를 사후적으로 현실화한 셈이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이달 1~9일 코스피 일평균 거래량은 5억1176만주로 집계됐다. 올해 1~5월 일평균 거래량(8억6920만주)과 비교하면 40% 넘게 줄어든 수치다. 지난 8~9일에는 코스피가 하루 만에 8.29% 급락했다가 이튿날 8.19% 급등하는 등 이례적인 변동성을 보였다. 이로 인해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91.23까지 올랐다. 거래량이 줄고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상향은 시장 안정 효과와 운용 안정성 훼손 가능성을 동시에 낳는다. 문제는 어느 쪽이 더 큰가가 아니라 그 판단이 장기 재무분석과 위험관리 원칙에 따라 이뤄졌는지에 있다.


결국 국민연금이 단기적인 시장 안정 수단으로 활용되는 구조적 모순을 끊어내는 것이 핵심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기금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변동성이 상수로 자리 잡은 시장 환경에서 국민의 노후자산을 지키는 방법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원칙에 기반한 자산배분과 철저한 위험 관리에 있다.

elikim@fnnews.com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