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의 중장기 자산배분 전략이 장기 재무분석 대신 시장 수급이나 정책 요구에 이끌려 사후 조정되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포트폴리오 분산 원칙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국내주식 비중 확대는 성과 측면에서는 단기 수익률을 끌어올렸지만 자산배분 원칙 측면에서 논쟁의 여지가 크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규모는 320조9000억원으로 기금적립금의 21.0%를 차지했다. 국내 증시 급등으로 실제 비중이 기존 목표비중을 웃돌자 기금위가 이를 사후적으로 현실화한 셈이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이달 1~9일 코스피 일평균 거래량은 5억1176만주로 집계됐다. 올해 1~5월 일평균 거래량(8억6920만주)과 비교하면 40% 넘게 줄어든 수치다. 지난 8~9일에는 코스피가 하루 만에 8.29% 급락했다가 이튿날 8.19% 급등하는 등 이례적인 변동성을 보였다. 이로 인해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91.23까지 올랐다. 거래량이 줄고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상향은 시장 안정 효과와 운용 안정성 훼손 가능성을 동시에 낳는다. 문제는 어느 쪽이 더 큰가가 아니라 그 판단이 장기 재무분석과 위험관리 원칙에 따라 이뤄졌는지에 있다.
결국 국민연금이 단기적인 시장 안정 수단으로 활용되는 구조적 모순을 끊어내는 것이 핵심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기금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변동성이 상수로 자리 잡은 시장 환경에서 국민의 노후자산을 지키는 방법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원칙에 기반한 자산배분과 철저한 위험 관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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