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3배 식초 사려면 통장잔고 3000만원 있어야 하나"… 개미들의 웃픈 자조 [개미의 세계]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된 '레버리지 식초'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된 '레버리지 식초'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최근 '흑백요리사' 여경래 셰프의 친동생 여경옥 셰프가 자신의 주식 계좌를 인증한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여 셰프는 과거 실전투자대회 1위를 차지할 만큼 주식에 일가견이 있었지만, 최근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가 '반토막'이 났다고 고백했다. 그가 올린 인증 사진을 보면 1억2054만7970원의 원금은 4655만5095원으로 줄어들었고, 손실율은 -61.38%을 기록 중이다.

'총알'은 여 셰프에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3년 차 직장인 A씨(32)도 요즘 주식 앱을 열기가 무섭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발을 들였다가 큰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가 오는 31일부터 조기 시행되면 '물타기'도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A씨는 "돈이 많은 투자자들은 괜찮겠지만, 현금 3000만원을 넣어놓을 만한 여력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은 지금 손절하거나 반강제로 '장투(장기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레버리지라 버티기를 한다고 수익률이 좋아질지 의문이라는 거다. 그냥 지금 눈물을 머금고 손절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호소했다.

"삼전, 하닉 이어 식초 레버리지까지"…개미들의 씁쓸한 농담

어딜 가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이야기 뿐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식초 사진이 '레버리지 밈'의 일환으로 화제가 됐다. 사과식초와 2배 사과식초, 3배 사과식초가 나란히 진열된 모습과 함께 "사과식초도 레버리지가 등장했다", "레버리지가 위험한 이유, 벌써 생필품까지 스며들었다", "3배 식초로 간을 맞추다 실패하면 물을 3배 이상 넣어야 한다는 뜻", "3배 사과식초 사려면 통장잔고 3000만원 있어야 됨" 등의 씁쓸한 농담이 쏟아졌다.

제조사에 따르면 사과식초와 2배 사과식초, 3배 사과식초의 차이는 산도다. 일반 사과식초의 산도인 6~7%를 기준으로 2배 사과식초는 산도 13~14%, 3배 사과식초는 산도 18~19%다. 제조사는 2배, 3배 사과식초에 대해 요리 목적과 경제적인 이유로 더 높은 산도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위해 생산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웃음기 사라진 레버리지 광풍

지난 5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이후 국내 증시는 레버리지 광풍에 휩싸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116만 여명이 레버리지 ETF 투자에 필요한 사전 기본교육을 이수했다.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스마트폰 주식거래 앱 화면에 삼성전자 단일종목레버리지 상품 차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스마트폰 주식거래 앱 화면에 삼성전자 단일종목레버리지 상품 차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너나 할 것 없이 레버리지에 뛰어들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6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4조4000억원에서 이달 15일 기준 11조9000억원으로 두 달도 되지 않아 2.7배 수준으로 크게 뛰었다.

그러다 코스피 변동성이 극대화되면서 7000선이 무너지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상폐(상장폐지)'론까지 등장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나서 보완책을 내놨다. 단일종목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를 금지하는 한편,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인다는 내용이다. 현금 예탁금의 경우, 증권 매도 후 현금이 실제로 입금되는 날(T+2일)부터 인정하도록 개선되고, 투자자 사전교육도 1시간에서 2시간으로 확대한다.

"이번에도 결국 지능순?" 앞다퉈 탈출하는 개미들

눈에 띄는 건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 현상이다. 지난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3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8000억원대를 순매도했다. 지난 21일 2조2000억원대, 22일 1조9000억원대에 이어 23일에도 2조5000억원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매도한 종목 중 KODEX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1444억원), KODEX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885억원)가 상위권에 올라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날 코스콤 ETF체크는 국내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의 최근 1주간 자금 유입이 534억원에 그쳤다고 밝힌 점도 흥미롭다.

현금 예탁금 인정기준 예시(금융위원회 제공) /사진=뉴스1
현금 예탁금 인정기준 예시(금융위원회 제공) /사진=뉴스1

금융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레버리지 투자 규제와 투자심리 위축이 함께 반영된 결과"라며 "기본예탁금 상향이 앞당겨지면 단기 투기성 자금 유입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레버리지 과열을 식히는 효과는 있겠지만, 소액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부자들만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탈 수 있냐'는 박탈감과 자조가 나올 수 있다"고 귀띔했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함께 공유하고 싶은 투자 사연이 있는 개미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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