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만 올라도 숨찬데… 비싼 치료비에 우는 고령 폐질환 환자들

파이낸셜뉴스       2026.06.11 20:14   수정 : 2026.06.11 20:14기사원문
노인에 많은 만성폐쇄성폐질환 COPD
급성 진행땐 폐기능 손상속도 2배 급증
1인당 진료비, 당뇨병 환자 5배 달하고
국내첫 치료제 나왔지만 건보적용 안돼
보험급여 확대 등 논의 필요하단 지적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령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건강 위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초기에는 단순한 기침이나 가래 정도로 시작되지만 질환이 진행되면 숨 쉬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반복되는 입원과 응급실 방문으로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부담을 안긴다.

전문가들은 COPD를 단순한 폐 질환이 아니라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 나아가 국가 의료재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보고 있다. 11일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인 Economist Impact는 '편안한 호흡: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령자 호흡기 건강 우선순위 확립' 보고서를 통해 COPD를 비롯한 만성 호흡기 질환이 고령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빠른 고령화 속에서 COPD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사회와 함께 커지는 COPD 부담

COPD는 폐에 만성 염증이 발생해 기도가 좁아지고 폐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질환이다. 대부분 흡연과 대기오염, 직업적 유해물질 노출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한번 손상된 폐 기능은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다. 환자들은 처음에는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는 정도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벼운 집안일이나 짧은 산책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COPD는 현재 전 세계 사망원인 3위다. 심혈관질환이나 암에 비해 사회적 관심은 적지만 질병 부담은 결코 작지 않다. 실제로 WHO는 지난해 통합적 폐 건강 증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UN 역시 만성 호흡기 질환의 예방과 조기 진단, 치료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COPD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급성 악화다. 급성 악화는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단기간에 급격히 악화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연구에 따르면 급성 악화가 발생하면 폐 기능 손상 속도가 약 2배 빨라진다. 또한 3회 이상 급성 악화를 경험한 환자의 사망 위험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4.3배 높다. 더 큰 문제는 악화가 반복될수록 다음 악화까지의 간격이 점점 짧아진다는 점이다. 건국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진국 교수는 "급성 악화는 COPD의 자연 경과를 바꾸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악화를 경험한 환자 5명 중 1명은 8주가 지나도 이전 상태로 회복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급성 악화 이후에는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약 6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OPD가 만드는 '보이지 않는 빚'

COPD는 환자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부담도 매우 크다. 반복되는 입원과 응급실 방문으로 의료비가 급증하고 보호자의 간병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COPD 환자의 1인당 진료비는 허혈성 심질환 환자의 약 3배, 당뇨병 환자의 약 5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COPD 관련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는 COPD 부담이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COPD 치료의 중심은 흡입제다. 기관지를 확장하거나 염증을 억제하는 약물을 흡입하는 방식으로 증상을 완화하고 악화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흡입제만으로는 모든 환자를 충분히 조절하기 어렵다.

이 같은 치료 공백 속에서 지난해 COPD 치료 분야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최초이자 현재 유일한 COPD 생물학적제제인 두필루맙을 허가했다. 하지만 치료제가 있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두필루맙은 COPD 적응증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고령 환자가 대부분인 COPD 특성을 고려하면 장기간 비급여 치료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 일부 환자들은 치료 효과를 경험하고도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 지속 여부를 고민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입원비 절감과 간병 부담 감소, 삶의 질 개선 효과를 고려하면 보험 급여 확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가치 있는 치료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급여화는 치료 선택지를 넓히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입증된 치료 효과를 환자가 실제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COPD는 단순히 숨이 차는 병이 아니다. 환자의 일상과 가족의 삶, 국가 의료재정까지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악화 예방,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접근성 확대가 향후 COPD 부담을 줄이는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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