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추격 매수 신중해야"…400년 전 동인도회사가 주는 경고
파이낸셜뉴스
2026.06.14 04:37
수정 : 2026.06.14 04: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론 머스크의 '궤도 경제(orbital economy)' 핵심인 스페이스X가 뉴욕 증시 상장 첫날인 12일(현지시간) 돌풍을 일으켰다.
장중 31% 폭등한 176.52달러까지 치솟았고, 정규 거래가 끝난 뒤 시간외 거래에서도 3.7% 더 올랐다.
야후 파이낸스는 그러나 13일 공모주를 잡지 못한 투자자들이라도 첫 거래일 폭등세에 지나치게 배 아파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전 기업공개(IPO) 역사를 보면 스페이스X 주가 흐름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어서 지금의 성공이 언제 재앙으로 바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아직 스페이스X 주식을 매수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추격 매수 대신 한동안 지켜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400년 전 동인도회사와 스페이스X
월스트리트 역사상 최대 IPO였던 스페이스X의 흥행몰이는 160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 주식 첫 거래와 닮았다는 것이 트렌드랩스 창업자이자 애널리스트인 JC 파레츠의 지적이다.
VOC 주식이 거래되면서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 개장에도 탄력이 붙었고, 투자자들은 직접 배를 타지 않고도 글로벌 교역에 참여할 수 있었다.
스페이스X 상장도 투자자들에게 우주선을 타지 않고도 우주 경제, 궤도 경제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스페이스X 주식을 보유하면 스페이스X의 우주선 발사, 스타링크의 위성 인터넷, 머스크가 꿈꾸는 우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우주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개척자가 진짜여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스페이스X는 VOC처럼 실체가 있다는 점도 같다. 그저 서류상으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는 대신 실제로 수익을 내는 기업이다.
동인도회사는 선박, 무역로, 군대,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거대 기업이었고, 스페이스X 역시 연매출 19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우주 기업이다.
그러나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 상승세는 동인도회사와 비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가팔라 거품 우려를 부른다.
동인도회사는 당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업이었지만 가치가 두 배로 불어나는 데 30년이 걸렸다.
반면 스페이스X는 2022년 중반 약 1250억달러로 평가됐던 기업가치가 12일 종가를 기준으로 2조1050억달러로 불어났다. 기업가치가 4년 만에 약 17배 폭증한 것이다.
IPO 60%, 3년 뒤 도루묵
전형적인 IPO 주식들의 흐름으로 보면 상장 첫날 추격 매수는 매우 위험하다.
1975~2021년 상장된 9000여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상장 3년 뒤 전체 종목의 60%는 주가가 첫날 종가 이하였다. 주가가 2배 이상 오른 기업은 16%에 그쳤다.
'라이프사이클 트레이드' 저자 캐시 도넬리에 따르면 대부분 IPO 주식은 상장 뒤 3주 이내에 첫날 기록한 최저가를 깨고 내려간다. 또 10주 이내에 10% 이상 하락 조정을 받는다.
서둘러 첫날 뛰어들지 않아도 나중에 더 좋은 가격에 살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시장 고점 신호탄(?)
스페이스X의 IPO 성공과 올해 예상되는 AI 스타트업 앤스로픽, 오픈AI IPO가 어쩌면 시장 고점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01년 US스틸과 1919년 RCA 상장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랠리 끝자락에 이뤄졌고, 각각 이 두 업체 상장 뒤 지수가 반토막이 났다.
스마트폰의 조상 격인 PDA(개인용 정보 단말기) 업체 팜은 2000년 나스닥지수 거품이 정점일 때 상장했고, 원자재 업체 글렌코어는 2011년 원자재 붐 정점에 상장해 이후 시장이 붕괴 수준으로 치달은 바 있다.
코인베이스와 리비안은 각각 비트코인 고점, 나스닥 고점 직전인 2021년에 상장했다.
프런티어
스페이스X와 앤스로픽, 오픈AI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프런티어라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궤도 경제, AI라는 핵심 성장 동력의 프런티어인 이들 기업의 가치가 급속히 뛰고 있지만 이를 거품이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허상이 아닌 거대한 공급망과 비즈니스 생태계를 실제로 구축해 가치를 증명해 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역이다.
새 시대를 여는 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앤스로픽은 2023년 초 약 40억~50억달러에 머물렀던 기업가치가 지난달 9650억달러로 약 200배 늘었다.
오픈AI는 2023년 290억달러로 평가됐던 기업가치가 지난 3월 8520억달러로 약 29배 뛰었다.
문제는 이런 막대한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할 수익성에 언제 도달할 수 있을지다.
엔비디아는 1999년 1월 22일 나스닥 상장 뒤 약 3000배 폭등했지만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고점 대비 80% 이상 폭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독점적 인프라를 무기로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이 되는 데 3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개척자가 열어젖힌 새 경지가 진정한 시장 가치로 안착하기까지 혹독한 시간의 검증을 견뎌야 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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