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조도 N% 성과급 요구 '시작'…'하투' 넘어 '추투' 우려

뉴스1       2026.06.14 06:40   수정 : 2026.06.14 09:36기사원문

지난 4월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공동취재. 자료사진) 2026.4.23 ⓒ 뉴스1 김영운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13일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2026년 단체교섭 완전 승리를 위한 출정식'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2026.5.13 ⓒ 뉴스1 조민주 기자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지난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카카오 본사 차원의 파업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노조는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광장에서 집회도 함께 열었다(자료사진).2026.06.10.ⓒ 뉴스1 신은빈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 HD현대중공업(329180), 카카오(035720), LG유플러스(032640) 등 다른 대기업 노조도 영업이익과 연동한 N%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업계에선 개정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 역시 N% 성과급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우려한다. 하청 노조는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을 요구하기 때문에 원청 노사 교섭이 마무리된 이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실제 일부 하청 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한 성과급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많은 기업이 하투(夏鬪)를 넘어 추투(秋鬪)까지 각오해야 하는 실정이다.

원청 상대 하청 성과급 요구 이미 시작…올가을부터 본격화

14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 반도체·부품을 운반하는 하청 기업 피엔에스로지스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한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초과 이익분에 대해 협력사 직원을 대상으로 인당 500만~600만 원을 지급하는 상생장려금 제도를 시행해 왔다. 하지만 반도체 실적 호황과 지난해 성과급 상한 폐지로 원청 직원들이 수억 원의 성과급을 받게 되면서 원·하청 직원 간 성과급 격차가 커졌다. 피엔에스로지스 노조는 SK하이닉스에 성과급 차별을 중단하라며 지난 4월 교섭 요구안을 전달했다.

다만 하청 노조의 원청 사업장에 대한 성과급 요구는 본격화하지 않았다. 지난 3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성과급을 요구한 사례는 피엔에스로지스 노조뿐이다. 영업이익과 연동한 성과급 협상이 이뤄진 원청 노사도 아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2곳이다.

그러나 주요 대기업 노조가 사측과의 임금 협상에서 영업익에 연동한 N% 성과급을 요구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하청 노조의 원청을 향한 성과급 공유 요구 역시 거세질 것으로 우려한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하청 노조는 원청 노조와 동등한 대우를 요구한다"며 "A 기업의 하청 노조가 원청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려면, 원청인 A 기업 노사 간 동일한 내용의 성과급 합의가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대기업의 임단협이 마무리되는 올가을이 되면 하청 노조의 원청 상대 성과급 요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원청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이윤을 만든 과정에는 하청 노동자들의 기여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하청 노조들도 성과급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청에 교섭 신청한 하청노조 1137곳…車·조선·IT 본사 노조 '영업익 30%' 요구

하청 노조가 원청 사업장과의 교섭 테이블을 열기 위한 시도는 이미 시작됐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3개월간 교섭을 요구받은 원청 사업장은 총 431곳이다. 교섭을 요구한 하청 노조는 1137곳으로 조합원은 16만 1830명에 달한다. 이들은 고용노동부 산하 노동위원회에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달라며 중재를 요구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모든 원청은 하청에 대한 사용자성을 부인해 왔기 때문에 하청 노조의 원청 사업장 교섭과 관련된 문제는 모두 노동위원회에 회부됐다"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거쳐 원청의 하청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면 하청 노조와 원청 간 성과급 요구를 포함한 모든 교섭 테이블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청 노조의 성과급 공유 요구는 자동차·조선·정보통신(IT) 업계에서 가장 빈번할 전망이다. 도급 관계가 많아 산하 하청 기업이 많은 데다 원청 사업장이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원청 노조 역시 영업이익과 연동한, 상한 없는 성과급 투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조는 각각 전년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임금 교섭 요구안에 포함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최소 30% 성과 배분을 임단협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카카오는 전년도 영업이익의 14%를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며 지난 10일 부분 파업을 벌였다. LG유플러스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임단협 요구안에 넣었다.

"노조수 많아 하청노조 교섭 장기화"…법률 비용 지출, 노사 모두에 부담

주요 기업들은 원청 노조에 이어 하청 노조까지 성과급 요구에 나설 경우 1년 내내 교섭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조법 개정으로 노조가 사용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범위 자체가 넓어지면서 성과급이 본격적으로 노사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의 성과급 요구까지 직면하게 됐다. 기업 입장에선 노사 관련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하청 노조와의 교섭은 원청과의 협상보다 더 어려운 구조다. 김수현 법무법인 더보상 공인노무사는 "하청 기업이 많은 기업일수록 상대해야 하는 하청 노조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대표교섭 노조를 선정한다고 해도 개별 노조의 요구 사항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대화 창구를 하나로 모으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원청 사업자가 하청 노조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됐는데, 여기에 성과급 문제까지 불거졌다"고 했다.


노사 리스크 대응을 위한 법률 서비스 비용 지출이 늘어나는 점도 부담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은 노란봉투법 관련 전담 대응팀을 꾸리고 고용노동부 장·차관, 전관 출신 변호사 등을 앞다퉈 영입해 전면 배치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노사 문제와 관련한 수임이 늘어나면서 노사 전문 변호사와 노무사 채용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노조에서도 사측과의 교섭이나 파업에 대해 법률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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