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사회서비스 투자 확대해야/이인재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사회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한국 떠나기가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다.
어린 학생들은 조기유학이라 해서, 중장년층은 투자이민이라 해서, 노년층은 은퇴이민이라 해서 고국을 떠난다. 그런데 말도 안 통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나라를 부득불 찾아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 사회서비스가 양으로나 질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데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그 사회가 제공해야할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문화, 환경 등 충분한 서비스가 공급돼야 하는 데 우리나라는 이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올해 초 기획예산처, 노동연구원 등 공공기관이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 공급 실태를 조사해 본 결과 90만명 정도 인력 공급이 부족하고 특히 아동 보육, 치매·중풍 노인 간병, 청소년 방과 후 활동 등의 사회서비스 부족이 심각하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최근 부족한 사회서비스를 확충하고 진정 ‘살 만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사회서비스 확충 예산을 1조4000억여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렸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부족한 사회서비스를 확충,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시장부문과 공공부문을 합쳐 해마다 20만명씩 80만명의 인력을 사회서비스 부문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오는 2010년에 가서는 사회서비스 부족이 다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는 해소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을 보면 사회서비스 확충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 지 걱정된다. 일부 의원들은 이 예산을 내년도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예산이라고 폄훼하고 삭감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사회서비스가 그렇게 부족해 재정으로 꼭 해야만 한다면 대선 이후인 2008년에 예산을 대폭 증액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과거 공공근로와 같은 사업으로 간주해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단순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라고 하면서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정치권의 오해를 사면서까지 내년 예산을 증액한 것은 질책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사회서비스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2004년과 2005년에는 각각 20% 이상 예산을 늘렸다. 올해 초에는 더 객관적 수요조사를 통해 중장기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을 수립,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사회적 기업지원 법안과 노인수발보험 법안을 국회에 상정, 서비스 확충의 기반을 구축해왔다.
그러한 기반 위에서 사회서비스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고 시장에서 ‘좋은 일자리(Decent Job)’가 만들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년이 재정사업 확대를 통해 서비스 인력 양성 및 수요기반 확충이 꼭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선진국들도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넘어가는 시기에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났는데 국민소득 2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도 지금이 사회서비스를 확충할 적기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사회서비스 고용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어서 정책적 노력만 한다면 사회서비스 확대를 통해 성장 잠재력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도 예산에 편성된 사업들은 사회서비스 수요조사에 입각해 보육, 간병, 방과후 활동 등 긴급하고도 절실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련됐다고 본다. 서민 경제가 어려운 현 시점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업은 민생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좀 더 ‘살 만한 나라’로 만들어 줄 사회서비스 확충 사업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사회의 필요에 입각, 접근해야 하지 않을 까. 정당의 이해관계가 아닌 우리 국민의 행복에 우선해 생각하는 현명한 국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