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부동산대책] 원가공개 사실상 전국 확대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1·11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그동안 공공 부문에만 적용해온 ‘분양원가 공개’를 사실상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건설교통부는 “기업 부담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분양 등 어려움이 있는 지방은 투기과열지구로 제한”했다고 했지만 경남 마산 등 일부를 뺀 부산, 대구, 대전 등 지방 주요도시가 이미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대책은 참여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부동산 안정 종합대책 중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종합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건교부는 이번 대책과 관련해 원가공개 및 분양가 상한제 등이 오는 9월부터 본격 시행될 경우 아파트 분양가를 평균 20%가량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한제+원가공개 보완적 운용
당정은 원가공개를 분양가상한제의 보조적 수단으로 쓰겠다는 의도다. 서종대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은 “원가공개가 분양가상한제와 겹치거나 상충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는 당정이 앞서합의한 대로 민간택지 아파트로 확대해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도 택지비와 직·간접 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 가산비 등 7개 항목에 대해 해당지자체가 정해 고시하는 상한 가격을 고려해 책정해야 한다.
더불어 수도권 및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되는 분양원가 공개 범위도 7개 항목으로 결정됐다. 기본형 건축비(직·간접 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의 적정성을 따져 재검토키로 했다. 또 과다한 가산비 항목도 조정하고 법정 최소기준에 해당하는 가산비 항목은 기본형 건축비에 통합된다. 이를 통해 가산비 부풀리기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게 건교부의 판단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현재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용은 건설사에 평균 3.8%의 이윤을 보장하고 있는데 이를 조정할 경우 분양가가 낮아지고 건설사 폭리 구조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시·군·구에 분양가심사위원회를 설치해 지역별 건축재료비, 인건비 등을 고려해 기본형 건축비를 별도로 산정케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동일했던 기본형 건축비는 수도권보다 지방이 더 낮아질 전망이다. 공공택지의 원가 항목도 7개에서 61개로 늘어나 원가공개가 대폭 강화된다. 9월1일 이전에 사업승인신청을 했더라도 제도 시행 이후 3개월 이내에 분양승인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상한제와 원가공개가 적용된다.
■택지비 감정가 산정 따른 논란은 계속될 듯
당정은 이번 대책에서 분양원가 산정의 핵심인 택지비를 감정가를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택지구입비용이 감정가보다 낮을 경우도 있다는 업계의 주장도 있었지만 객관성 확보를 위해서는 감정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사업지마다 실제 택지매입비가 감정가보다 낮거나 높을 수도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감정평가액은 개발에 따른 미래가치가 시세보다 적게 반영돼 수도권의 경우 시세의 70∼80%에 머물고 있다. 시기적으로 10년 전에 매입한 회사는 실제 매입액과 금융비용을 합쳐도 감정평가액이 높아 큰 손실은 없다. 하지만 최근에 서울·수도권에서 땅을 산 경우는 실제 토지 매입액이 감정평가액보다 높아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한국 감정원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강제수용해서 조성하는 공공택지와 달리 개인에게 사서 구입·조성하는 민간택지는 감정가와 시세 사이에 큰 차이가 벌어진다”면서 “분양사업으로 인해 땅값이 크게 뛰게 되면 감정가는 시세의 60%밖에 안되는 경우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채권입찰제·전매제한 강화
당정은 또 분양가 상한제와 원개공개 확대에 따라 전매제한조치가 강화했다. 수도권의 민간 분양주택은 현재 입주 후 전매가 가능하지만 오는 9월부터는 25.7평 이하는 7년, 초과는 5년간 전매가 제한된다. 또 수도권 공공택지의 경우 중소형은 현행대로 10년이 유지되고 중대형은 5년에서 7년으로 전매제한을 강화된다. 지방은 공공택지 내 25.7평이하에 대해서만 지금처럼 제한되고 그외는 추후 결정된다.
또 현재 공공택지 25.7평 초과 아파트에만 적용되는 채권입찰제는 재개발, 재건축, 주상복합 등 민간택지 전반으로 확대된다. 채권상한액을 포함한 실제 분양가는 현행 주변시세의 90%에서 80%로 하향 조정키로 했다.
이와 함께 주상복합이 허용되는 상업용지 중 주거용은 감정가로 낮게 공급하되 상업용도 부분은 현행과 같이 최고가 경쟁입찰로 분양된다. 이에 따라 고분양가가 예상됐던 서울 뚝섬과 경기 판교 주상복합 아파트의 가격은 20% 정도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채권입찰제가 자금이 적은 실수요자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8월 공급된 판교 중대형에서 당첨자 전원이 채권상한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입찰액이 같은 경우 나이, 자녀수 등 가점제를 적용해 당첨을 가린다.
■청약가점제 9월로 1년 앞당겨 시행
무주택자 등에 대한 청약가점제도가 1년 앞당겨 9월부터 시행된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는 분양가 상한제나 원가공개에 따른 청약 과열을 막고 저렴한 아파트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지금은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만 적용되는 2주택 이상자에 대한 1순위 청약제외가 앞으로는 투기과열지구 이외 지역까지 확대된다. 공공이 분양하는 27.5평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무주택자에게만 공급한다. 또 청약제도 개편시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감점을 준다. 이렇게 되면 2주택자 이상 유주택자들의 청약 기회는 더욱 좁아진다.
■민간 택지개발 촉진 방안 ‘당근’
민간 택지조성 과정에서 알박기, 매도거부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공·민간 공동사업 제도’가 도입된다. 민간이 택지 50% 이상을 확보한 경우 매수가 어려운 잔여부지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을 통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권오규 부총리는 “민간 택지개발의 장애요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공동시행제를 실시함으로써 주택공급 위축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땅주인들의 알박기로 사업이 지연되고 택지비가 높아지는 부작용이 상당부문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개인의 재산권 침해 논란 등도 예상된다. 또 민간 매입토지와 공공 매입 토지 간 보상방식, 사업 분담 등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편 여당이 추진했던 ‘전·월세 인상률 5% 제한’안은 집주인들이 법 시행 전 한 꺼번에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와 사유재산 침해의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email protected] 정영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