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시대] 위기의 농업,차별화만이 살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당장 쇠고기, 돼지고기, 오렌지 등 축산 농가와 과수 농가의 피해가 우려되는 등 우리 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농산물이 수입 농산물에 맞서 생존하기 위해선 틈새시장 공략과 구조조정 등을 통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년간 관세철폐로 생산 8700억원 감소
이번 협상에서 주요 민감품목에 대한 미국의 즉시 또는 5년내 관세철폐 요구를 막아내고 쇠고기는 15년, 사과·배 등은 20년간의 장기 철폐를 관철시킨 점은 다행이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대통령의 ‘구두 약속’과 오렌지 등에 대한 계절관세 적용 등은 국내 농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를 통해 농산물 관세가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인하돼 철폐될 경우 쇠고기, 돼지고기, 사과, 감귤 등 26개 주요 품목의 생산은 한해 87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연간 국내 총 농업 생산액 33조3760억원의 2.6%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행히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 쇠고기와 사과(후지 20년, 기타 10년), 배(아시안 품종 20년, 기타 10년) 등의 관세철폐 기간이 10∼20년으로 길게 잡혔고 계절관세, 세이프가드 등 개방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실제 피해액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축산 농가·과수 농가 등 FTA 직격탄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쇠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 농가의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에서 쇠고기 관세철폐 기간 15년과 세이프가드 조치를 얻어냈으나 농촌연구원은 현행 40%인 쇠고기 관세가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철폐될 경우 연간 국내 쇠고기 생산 감소액은 221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 2004년 한우 쇠고기 생산액(2조9000억원)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오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 국가로 결정할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대통령이 구두로 약속한 만큼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이 불가피해졌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한·미 FTA가 타결된 지난 2일 밤 기자브리핑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 “어떤 종류의 구두약속이나 이면합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 시간 뒤 노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부시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OIE의 권고를 존중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방하겠다는 점 그리고 합의에 따르는 절차를 합리적인 기간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점을 구두로 약속했다”고 밝혀 쇠고기 수입 재개를 사실상 인정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OIE 판정 이후 7월부터 갈비 등 뼈까지 모두 수입할 경우 올해 한우 암소와 수소 평균 가격이 각각 503만원, 40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5.1%씩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암·수 송아지 가격의 하락폭은 각각 9.6%, 20.9%로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돼지고기도 현행 25%의 관세가 10년에 걸쳐 없어지면 현재 우리 수입시장내 미국산 비중(15%) 등으로 미뤄볼때 한 해 1300억원 정도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하다.
박 장관도 “쇠고기 위생조건 문제까지 해결되면 미국산이 시장을 다시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양돈 부문도 사실상 10년 정도 유예를 가졌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왔을 때 가격 때문에 시장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우려감을 표시했다.
■틈새시장 공략 등 차별화 전략 필요
이와 함께 감귤, 사과 등 과수 농가의 피해도 우려된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 협상단은 감귤이 대거 출하되는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현행관세(50%)를 유지하는 대신 비수확기에는 30%로 인하하는 ‘계절관세’라는 보완 장치를 마련했으나 감귤 주 생산지인 제주도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제주대 용역단의 분석결과 현재 오렌지 50%, 만다린 감귤 144%인 수입관세가 5∼20년 간에 걸쳐 철폐될 경우 감귤 및 연관산업의 직접 피해액이 678억∼998억원에 이르고 농촌경제연구원도 오렌지의 50% 관세를 10년 안에 없애면 감귤 생산은 한 해 37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사과도 45%인 관세가 10년내 철폐되면 한 해 610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이같은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대섭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업 전반의 경쟁력과 품질 향상을 통해 차별화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렵다”면서 “소비자들은 미국 상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낮고 질 좋은 상품을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수입시장이 개방된다는 말은 반대로 수출시장의 문호가 열린다는 말이기 때문에 미국내 틈새 시장을 발견하고 공략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당장은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홍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