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환경규제’ 태풍 온다
유럽연합(EU)이 잇따라 환경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납, 수은, 카드뮴 등 6대 유해물질사용을 제한하는 유해물질사용제한(RoHS)을 지난 해 도입한데 이어 오는 6월에는 제품 내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시행한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유해 제품이 탄생하는 것을 아예 원천 봉쇄하는 친환경설계의무화(EuP)도 발효할 예정이다.
이 같은 규제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국내 기업들의 유럽수출은 원천봉쇄될 수밖에 없어 비상이 걸렸다.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에 이어 ‘친환경’ 경쟁력 확보라는 삼중고를 겪어야 할 판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1년 소니유럽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에 포함된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하면서 수출을 금지당한 예가 있다.
■EuP가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
REACH는 수출 기업을 가장 떨게 하고 있다. REACH는 EU에 들어오는 연간 1t 이상 화학물질과 자동차 등 완제품 내 화학물질의 위해성 정보등록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REACH가 발효되면 EU로 수출하는 우리 기업은 내년 6월부터 화학물질에 대한 위해성 정보를 만들어 EU화학물질청에 등록을 해야 한다. 사전등록을 못한 기업은 EU 수출이 차단되고 사전등록을 하더라도 유해물질로 평가되면 해당 물질에 대한 수출이 금지된다.
기업이 유해물질 등록을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돈은 무려 2조5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EU로 수출한 화학물질이 16억달러(1조5000억원)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중소기업들의 상당수가 수출을 포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RoHS도 골칫거리다. 납, 수은, 카드뮴, 6가크롬, 난연재(PBB·PBDE·불에 잘 안 타는 재료) 등 6대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한 RoHS는 기업들의 생산비용을 증가시켜 채산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EU에 이어 올해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중국도 RoHS를 도입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기업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 2005년 7월 RoHS에 대비하기 위해 ‘유해물질 제로’를 선언하는 등 환경경영을 강화해 왔다.
EuP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발효되면 REACH보다 강력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품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기존 물질의 유해성을 측정한 이전 규제보다 더 강력한 수준이다. LG전자와 LG필립스LCD는 EuP 기준에 맞춰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자부품의 설계에서부터 친환경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24일 자원순환법 공포로 대응
정부는 ‘EU발 환경폭풍’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 환경부, 산자부, 외교통상부 등 11개 부처가 17일 합동으로 ‘REACH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평가할 전문시험기관(GLP)을 육성하고 유해물질에 대한 대체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할 방침이다.
RoHS와 EuP에 대한 대비도 이뤄지고 있다. EU의 RoHS를 그대로 도입해 전기·전자제품과 자동차를 만들 때 납, 수은, 6가크롬 등 함유량을 1㎏당 1000㎎ 이내로 의무화하는 자원순환법을 오는 24일 공포할 예정이다.
또 시중에서 팔린 전기·전자제품 가운데 85%를 제조업자가 직접 재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재활용시 환경비용을 제조업자에게 부과해 제품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 요소가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EuP를 미리 맛보게 해 ‘내성’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채산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환경비용 부담능력이 부족한 탓에 상당수가 유럽수출을 포기할 것으로 환경부는 내다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정부와 기업이 환경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지만 EU에서 요구하는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친다”면서 “환경규제가 적은 동남아, 중국,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친환경제품을 만드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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