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한·EU FTA 협상] 김한수 FTA추진단장

김한수 통상교섭본부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단장은 6일 “한·유럽연합(EU) FTA가 체결될 경우 일본에 치우쳐 있는 기초 부품 소재의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단장은 또 “자동차와 영상기기, 섬유 분야에서는 즉각적인 관세 철폐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U와의 협상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 단장은 서울 도렴동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실무자와 협상 전략을 짜내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확대 개편된 FTA 추진단의 초대 단장뿐 아니라 이번 EU와의 협상에서도 수석대표를 맡게 된 그는 한·중 FTA 산·관·학 공동연구 1차회의 때도 수석대표를 맡을 정도로 통상교섭본부 내에서는 사실상 FTA의 최고 권위자다.
실제로 김 단장은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 FTA 협상은 물론, 한·아세안, 한·인도 FTA를 주도했으며 한·캐나다 협상도 1차 때부터 8차 협상 때까지 실무단을 이끌었다. 한·멕시코 FTA에서는 수석대표를 역임했다.
김 단장은 이들 FTA에 대해 내용 면에서는 다 괜찮은 협상들이었다고 회고했다. 한·칠레 FTA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첫번째 치고는 상당히 수준 높게 체결됐고 한·싱가포르 FTA는 싱가포르가 자유화된 나라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개방 수준이 낮았다고 평가했다.
그에 비하면 한·EFTA FTA는 상당히 수준이 높았다는 것이 김 단장의 생각이다. “협상이 건설적이었고 배운 것도 많고 좋은 모델이 되는 협상이었다”고 김 단장은 말했다.
이번 한·EU와의 FTA는 한·미 FTA에 이어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협상이 될 것인데 김 단장은 이번 협상에서 가장 주력해야 할 분야로 공산품 분야를 꼽았다. 특별히 공세적 분야와 수세적 분야를 나눠 본다면 일반 공산품 분야는 우리가 공세적 분야이고 또 중립적이거나 서로 공세와 수세가 같이 되는 분야는 서비스와 투자부문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또 약간 수세인 분야는 농업이고 그밖에 정부조달이나 경쟁정책, 지적재산권 분야도 약간은 더 수세적이지만 일방적으로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김 단장의 각오다. 노동·환경 분야는 EU가 어느 정도 수준을 반영할지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김 단장은 분석했다.
‘올해 안에 타결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김 단장은 “1년 정도면 가능성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EU의 사촌격인 EFTA와는 4번 협상에 8개월 만에 타결한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EFTA보다는 EU가 훨씬 크니까 비교는 안되겠지만 미국처럼 집중하게 되면 1년 정도면 가능하리라는 것이 김 단장의 추정이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를 할까. 김 단장은 한·미 FTA에는 관여를 하지 않았다. 맡고 있던 FTA 협상들이 많아 업무 부하가 과중하게 걸렸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일단 이번 한·EU 협상에서도 한·미 FTA 협상이 중요한 협상기준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관세양허 분야에서는 상당한 부분을 한·미 FTA 협상을 준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에서 대부분의 상품에서 즉시철폐를 주고 받았기 때문에 EU와의 협상에서도 이와 비슷한 전략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다만 “차이가 있다면 EU는 자동차 관세율이 우리보다 훨씬 높아 즉시 철폐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그런 부분에 대해 밀고 당기기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관세장벽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현안 해결보다는 제도의 투명성이나 기술표준의 합리화 등 법제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한·미 FTA 때 나왔던 얘기와 비슷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다른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김 단장은 전망했다. 그러나 한·미 FTA가 상당한 기준이 될 것은 확실하다고 김 단장은 단언했다.
세계 경제를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EU이기 때문에 한·미 FTA와 한·EU FTA가 충돌할 가능성은 없을까. 김 단장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배기량 기준 세제 문제도 EU측은 오히려 우리가 세제기준을 바꿀까봐 걱정했다는 게 김 단장의 전언이다.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은 처음에 자동차의 가치대로 세금을 부과하자는 입장이었다. “배기량 기준을 세분화하면 세금 폭이 차가 많이 나는 데 이것은 실질적으로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차별 아니냐”는 것이 처음 미국의 주장이었다. 우리측도 미국의 얘기가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업계에서도 배기량 기준의 세제부과 단계를 줄이는 것을 희망해서 배기량 기준 세제 자체는 그대로 두되 그 단계를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는 것에 합의했다.
이는 배기량 기준 세제를 유지해주길 바랐던 EU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조치였다고 김 단장은 분석했다. 그는 “EU하고는 충돌이 아니라 오히려 EU가 좋아할 방향으로 한·미 FTA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EU 협상이 끝나면 상품관세 분야에서 가장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단장은 “유럽은 관세율이 높다. 자동차와 일부 영상기기, 섬유 부문 등은 관세혜택 결과를 바로 손에 쥐게 될 것”이라면서 “반면 서비스 분야는 상품보다는 눈에 들어오는 게(곧바로 혜택을 보는 것이) 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도 협상에서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EU 회원국들이 그 부분은 EU 집행부가 아니라 각 회원국들의 고유 권한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직종 자격증 상호인정 문제도 이번 협상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김 단장은 전했다.
특히 한·미 FTA에서 큰 논란이 됐던 개성공단의 역외가공 인정 문제에 대해서는 김 단장은 공식 의제로 제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단장은 “(개성공단 문제는) 당연히 얘기할 것이다. 이는 한·EFTA FTA에도 잘 반영돼 있다”면서 “한·EFTA FTA에서는 개성이라는 것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에서는 영내가 아니라도 상대국 상품으로 인정한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차 협상 때부터 얘기를 할지는 좀 더 생각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가 개성공단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인데 굳이 1차 협상 때부터 명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관련 분야인 원산지에 대한 논의가 2차 협상 때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이때 전문을 교환하면서 그 속에 넣어 의미를 설명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게 그의 복안이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항을 굳이 처음부터 노출시키는 것이 협상기술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인 듯했다.
가장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 분야에 대해 김 단장은 “일단 쌀은 당연히 협상에서 배제된다”고 밝혔다. 돼지고기가 다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EU가 우리에 팔 수 있는 몇 안되는 기초 농산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겹살이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치즈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기초 농산물은 아니지만 와인 역시 당연히 관심을 기울일 것이고 초콜릿 같은 가공식품류에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김 단장은 내다봤다.
그러나 삼겹살은 이미 유럽에서 수입이 되고 있는 실정. 벨기에가 우리의 제1 수입국이다. 칠레도 이미 수입국에 포함돼 있고 한·아세안 FTA에서도 일부 포함이 돼 있다. 한·미 FTA에도 돼지고기 수입이 포함돼 있는데 EU에 대해서만 안된다고 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김 단장은 “한·EU FTA가 체결되면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기초부품의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유럽이 정밀·첨단기계가 강하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서도 그런 효과를 좀 볼 수 있겠지만 정밀·의료기기 등 기초부품 소재에서 유럽이 훨씬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유럽쪽이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EU와의 협상 이후 FTA 협상 전망에 대해 김 단장은 걸프협력회의(GCC)와의 협상을 꼽았다. 중국의 경우 언젠가는 해야하겠지만 농산물 분야에서 워낙 타격이 커 쉽지 않을 것이고 일본은 중국보다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신 게 있고 해서 올해 안에는 어떤 식으로든 GCC와의 협상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약력 △53세 △전남 완도 △신일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미 미시간대 국제경제학 석사 △행시 19회 △상공부 지방중소기업 과장 △통상산업부 구주통상 담당관 △통상산업부 세계무역기구 담당관 △외교통상부 다자통상총괄 담당 팀장 △주 제네바 공사참사관 △도하개발어젠다 담당심의관 △통상교섭본부 자유무역협정 국장 △FTA 추진단장(1급)
/[email protected] 임대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