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환경규제 벽앞에 정부 구체적 정책 미비
국내 환경 정책이 세계 환경 규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환경규제 중 가장 강력하다는 유럽연합(EU)의 ‘REACH’(리치·신화학물질관리제도)가 다음달 발효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법 제정까지 추진하고 있는 외국에 비해서는 크게 못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리치가 발효되면 EU에 들어오는 연간 1t 이상 화학제품과 전자,자동차 등 완제품에 든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등록을 하지 않으면 EU 수출이 차단되고, 등록을 하더라도 유해물질로 평가되면 해당 제품 수출이 금지된다. 대상 물질은 총 3만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급한 것은 발효 1년 뒤(내년 6∼11월)에 이뤄지는 ‘사전등록’인데 수출기업의 대부분인 중소기업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는 실정이다.총 2조5000억원에 이르는 등록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30% 이상의 중소기업이 수출을 포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사정에도 정부의 대책은 “산업계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대응하라”는 독려나 정보 제공에 그치고 있고 그것마저도 개괄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한 수출 중소기업 임원은 “제품에 포함된 물질이 리치 대상인지 아닌지, 어느 선까지 등록해야 하는지 정부 설명만으론 알아듣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물론 정부도 리치의 심각성은 충분히 알고 있고, 환경부 등 11개 부처가 지난 달 17일 ‘REACH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대책에서 △화학물질 등록을 위한 전문시험기관(GLP) 육성 △화학물질 유해성정보 생산사업 △국내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리치를 준비하기 위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일례로 유해성 정보를 분석하는 GLP만 해도 미국과 일본은 200∼400곳에 이르지만 우리는 단 8곳 뿐이다. 이대로라면 등록 정보 생산을 외국에 거의 의존해야할 판국이지만 정부는 GLP 확충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외국은 예전부터 국가차원에서 GLP를 육성했지만 우리에게는 기본 데이터가 부족하다”면서 “전문기관에 의뢰해 수요를 파악 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가 부족하니 대책추진도 뒤처진다. 선진국들은 이미 인프라 확충을 끝내고 법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는 법 제정을 중기과제로 넘겨놨다.
현재 미국은 리치와 유사한 ‘어린이보호법’ 제정을 추진 중이고, 일본도 ‘화학물질심사규제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캐나다도 리치와 캐나다 제도를 비교·분석해 법률개정을 검토 중이고, 스위스도 리치 유사제도를 하반기에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선진국은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중국 등 후발국은 수출제품이 모두 저가이니 수입업자가 유해성 정보 등록을 대신 해달라고 주장한다”면서 “리치 분야에서 ‘샌드위치’ 처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제화 추진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한준기자




